[기고/정상호]운전에도 프로가 있다

  • Array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운전이 직업인 사업용 운전자(버스 택시 화물)는 운전에 관한 한 프로다. 하지만 사업용 자동차 교통사고로 지난해 1077명의 귀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아마추어인 비사업용 자동차보다 5배나 높았다. 프로가 프로답지 못해 야기되는 후진국형 교통사고인데 선진국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주말 발생한 인천대교 버스 추락 참사도 대표적인 후진국형 교통사고다. 고속도로에서 앞차와의 충분한 안전거리 확보는 가장 기본적인 교통안전 수칙인데도 운전자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삼각대 설치 등 고장 차량에 대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승용차 운전자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가 없지 않다. 이번 사고는 지난해 12월 17일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18명의 사망자를 낸 경주 관광버스 추락사고와 함께 안전 불감증이 빚은 대표적인 인재(人災)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화물의 경우엔 더욱 심각하다. 매주 5명이 화물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올해 들어 4월 말 현재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교통사고가 44%나 급증했다. 화물 교통사고 증가는 경기회복의 신호인 물동량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현장의 문제점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경기 의왕터미널에서 강원 홍천까지 왕복 운행하는 25t 트럭에 탑승한 적이 있다. 조수석에 앉아 운전자로부터 업계의 문제를 포함해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들었다. 안전벨트 미착용에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등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부족한 모습도 눈으로 확인했다.

현장의 소리처럼 화물사고의 주요 원인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더 빨리, 더 자주’ 화물을 싣고 운행을 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과속과 과로, 심야운행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대부분 위·수탁 관리로 운영하는 화물운송업의 특성상 운전자와 차량에 대한 관리 감독이 어려운 현실도 교통안전을 저해하는 원인이다. 대형 교통사고를 낸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미흡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사고는 하나의 원인으로만 나지 않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업용 자동차 사고 예방은 운전자부터 교통신호와 규정속도를 지키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등 기본적인 질서를 생활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질서를 지키는 운전자가 경제적으로도 이익을 본다는 믿음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즉, 과속과 난폭운전을 하는 운전자에겐 화물의 경우 물량 배정 시 불이익을 주고 보험료율도 모범운전자와 확연히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또 사고를 낸 운전자는 교통안전 체험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야 하며 교통사고에 대한 회사의 책임과 지자체의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안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운행기록계 등에 대한 지도 단속도 매우 중요하다. 문화개선을 통한 안전관리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사회 저변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운전자와 사업주는 물론이고 국민 모두가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교통안전이 확보되지 않고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고 안전을 몸소 실천하는 사업용 운전자가 프로 운전자다. 아름다운 프로가 넘치는 그런 나라를 꿈꾸며 무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전국의 화물 운전자에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정상호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