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 학교안전 SOS/나쁜 아저씨들 얼씬도 못해요~

동아일보 입력 2010-07-06 03:00수정 2010-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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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삼중 사중 ‘안전 자물쇠’ 꽁꽁
WHO가 ‘국제안전학교’ 지정, 서울 성산초교의 ‘물 샐틈없는 안전’
그래픽 임은혜 happymune@donga.com
《최근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8세 여자어린이를 학교 복도에서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초등 1학년 여아를 대상으로 한 유사한 범죄가 발생했다. 한편에선 10대 청소년들이 ‘말을 함부로 한다’는 이유로 친구를 집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내다버린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학교도, 집도, 친구도 불안하다. 각종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오늘 심층기획은 C1∼C3면에 걸쳐 학교, 학부모, 학생이 주체가 되어 안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현장을 찾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국제안전학교’ 공인을 받은 서울 성산초등학교, “우리 아이들을 직접 지키겠다”고 나선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아버지순찰대,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서울 신연중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 내 아이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자.》

최근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초등생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시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 등의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초등학교 외부인 학교출입 통제 강화’ ‘학교안전망 강화, 순찰시스템 구축’ ‘워킹스쿨버스 운영’ 등이 그것.

이런 맥락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을 수년 전부터 구축해 체계적으로 운영해온 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WHO로부터 ‘국제안전학교’로 지정된 서울 성산초등학교다. 국제안전학교는 WHO 국제안전공인센터의 까다로운 안전기준을 통과해야만 인증 받을 수 있으며 국내에선 경기 수원 정자초교에 이어 성산초교가 두 번째다.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성산초교의 안전시스템을 살펴보자.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성산초교 3학년 1반 교실에선 ‘유괴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수업이 한창이었다. 담임교사가 “동네 아저씨가 이름을 부르면서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고 도와달라고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자 학생들은 “아는 사람이라도 부모님의 허락 없이 절대로 따라가면 안돼요” “‘엄마가 근처에서 기다리고 계세요!’라고 말하고 뛰어가요”라고 답했다. 남을 돕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아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여는 아이들의 착하고 순수한 심리를 악용하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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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연간 21시간의 ‘학교안전교육’ 정규수업뿐 아니라 생활안전 전문강사, 관할경찰서 경찰 등을 초청해 수시로 신변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이 학교 김현숙 생활안전부장은 “일부 여자어린이들은 ‘실제로 범죄자를 만난다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교육을 통해 대처법을 알고 있지만 위급할 때 당황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도록 반복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3학년 박지선 양(9)은 “착하게 보이는 사람도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수업시간에 들었다”면서 “게임기나 인형을 사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안전교육만큼이나 학교가 신경을 쓰는 점은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안전 공백’을 없애기 위한 관리가 이뤄진다.

2008년에는 학생들의 안전을 돌보는 ‘배움터 지킴이’를 도입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와 관할지구대에서 32년간 근무하고 정년퇴직한 뒤 배움터 지킴이로 활동하는 송우진 씨(60). 그는 정문에서 학교를 방문한 외부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매 시간 교내를 순찰한다.

서울 성산초교 김현숙 생활안전부장이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유괴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수업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학교공원화사업 및 담장 없애기 사업으로 학교에 제대로 된 담장이 없고 출입구만 5곳이었다. 김진향 교장은 취임 후 지역주민에게 동의를 구한 뒤 지난해부터 출입문을 정문과 후문, 두 곳으로 줄이고 후문은 등교시간에만 개방했다. 학부모를 포함해 학교에 들어오는 모든 외부인은 방문자확인대장에 방문 시각, 목적, 연락처 등을 적고 명찰을 패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

송 씨는 “과거엔 학교가 늘 개방돼 있다 보니 술에 취한 사람들, 불량청소년들이 학교 인근을 배회하다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배움터 지킴이는 오후 5시에 퇴근하기 때문에 이후 시간에는 안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야간 당직기사 한 명이 근무하지만 학교 전체를 관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야간은 물론 휴업일에도 학교를 지킬 전문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곳곳에는 총 16대의 폐쇄회로(CC)TV가 작동한다. 교무실 모니터를 통해 주요 네 지점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당직실엔 16개 지점의 모니터를 관리, 감독하는 전담요원을 배치했다.

초등 3학년 딸을 둔 학부모 김모 씨(39·여)는 “학교마다 CCTV가 있어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면서 “전담인력이 없다면 CCTV는 사건 발생 후 사건을 확인하는 용도로밖에 쓰이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또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에는 긴급할 때 버튼 하나만 눌러도 경찰과 연결되는 비상벨이 있는데 어린 학생들과 여자 교사가 대부분인 초등학교에도 위급한 순간에 경찰과 바로 연결되는 비상벨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굣길 안전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맞벌이 부모가 전체의 70∼80%로 방과 후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적잖다. 특히 성산초교는 지난해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시범학교로 지정돼 전교생 1400명 중 1000여 명이 방과 후에 학교에 남아 공부한다. 어떤 수업을 듣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하굣길 안전 관리가 특히 필요했다.

‘안전둥지회’ 소속 어머니회원들은 2인 1조를 이뤄 매일 학생들의 하굣길을 집중적으로 순찰한다. 빌라, 다세대주택이 밀집된 으슥한 골목과 큰길에서 떨어진 놀이터와 공원 등이 집중 순찰지역이다. 지난해엔 ‘워킹스쿨버스’로 불리는 선진국형 안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주요 통학로를 4개 라인으로 구분해 방과 후 하굣길 방향이 같은 어린이들을 모았다. 모든 학생이 집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는 일정 지점에 정류장을 지정해 보행도우미가 인솔했다. 한편 ‘보육교실’은 맞벌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생들을 학교에 안전하게 머물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최대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머물며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지역 네트워크도 활발하다. 김 교장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뿐 아니라 학부모, 지역사회, 유관기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안전학교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녹색어머니연합회, 보건소, 주민센터, 지구대 치안센터, 청소년수련관 관계자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안전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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