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학원비 폭리와 시장원리

동아일보 입력 2010-07-05 03:00수정 2010-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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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최근 서울 T학원이 서울 강서교육청을 상대로 낸 수강료 조정명령 취소 청구소송에서 “폭리라고 단정할 수 없는 한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이 보습학원은 지난해 7월 수강료를 월 29만∼69만 원으로 결정해 교육청에 신고했으나 교육청이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이유로 수강료 인하명령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2006년 이후 교육청을 상대로 한 다섯 건의 수강료 관련 소송에서 학원들이 모두 이겼다.

▷역대 정권은 학원 수강료의 인상 억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사교육비가 급등하면 민심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과의 전쟁’을 내세우면서 학원의 불법 운영 사례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학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작년 7월 도입된 이후 올 1월까지 2만40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지급된 포상금은 17억 원에 이른다. 이전 정권보다 더 강하게 규제하는 편이다. 학부모 가운데도 학원 수강료 억제를 지지하는 의견이 높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시장원리를 거스른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조치에 보조를 맞춰 서울시교육청은 2008년 12월 적정 수강료 산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서울대에 연구를 의뢰한 결과 대다수 학원들의 적정 수강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 시스템 도입은 ‘없던 일’이 됐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값을 공개하면 기름값이 내려가듯이 학원들도 경쟁이 심해 턱없이 높은 수강료를 받기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상당수 교육청들은 강사의 분(分)당 수강료를 정한 뒤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학원비를 책정한다. 임대료 인건비 수강인원은 고려되지 않는다. 스타 강사라고 해서 돈을 더 받을 수도 없다. 너무 경직된 시스템이다. 이번 판결은 폭리를 취하지 않는 한 사교육에서도 시장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경쟁력을 갖춘 학원은 수강료를 다소 비싸게 받아도 학생들이 몰릴 테고, 수요가 없는 학원은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학원이 학교와 다른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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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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