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정몽준]월드컵 ‘유쾌한 도전’ 계속되려면

동아일보 입력 2010-07-05 03:00수정 2010-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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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대회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최종 판단은 국민이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17년째 맡고 있는 필자가 느끼는 현실을 그대로 얘기하고자 한다.

월드컵 16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많은 왕정 국가에서는 왕실의 권위를 바탕으로 축구 대표팀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내전으로 고통 받던 코트디부아르는 2006년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후 대표선수인 디디에 드로그바가 “제발 1주일만이라도 전쟁을 멈춰 달라”고 호소하자 거짓말처럼 내전을 중단했고 2007년에는 전쟁이 종식됐다.

축구는 내셔널리즘 그 자체다. 단순히 스포츠 종목이라기보다는 국민감정이 하나로 집결되어 분출되고 국가 간 대항의식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전쟁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바로 그 같은 내셔널리즘의 불꽃이 튀는 정점이다. 우리나라는 2002년에 월드컵 4강까지 갔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이고 경제 사정이나 축구 수준이 떨어지는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보다 오히려 낮다.

축구는 전 세계 각계각층의 모든 사람이 열광하는 유일한 스포츠이다. 월드컵은 파급 효과와 국가브랜드 향상 효과 면에서 다른 스포츠 종목이 모두 열리는 올림픽보다 더 큰 지구촌 최대의 이벤트이다. 올림픽 시청자 수를 총인원으로 환산하더라도 월드컵 시청자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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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나 다른 종목을 폄하하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필자의 경우 올림픽 축구를 슬그머니 격하시키려는 일부 FIFA 집행부의 시도를 올림픽 축구위원장으로서 무산시킨 사례가 있다. 지구촌 전체의 열기와 국가브랜드 효과를 따져보면 월드컵만큼 위력적인 행사는 없다. 월드컵이 많은 국가 간에 전쟁처럼 치러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FIFA 208개 회원국 중 대부분의 나라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처럼 7회 연속 진출 국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6개국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8회 연속인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성적을 유지하려면 국가적인 지원과 국민적 성원이 계속 뒷받침돼야 한다.

핵심은 바로 젊고 유망한 선수의 해외무대 진출이다. 박지성 이영표 선수,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 선수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해외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선수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유망한 선수가 한창 때 해외 무대에 진출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선수에게는 병역문제가 걸림돌이다. 병역특례가 어렵다면 병역의무를 다하면서도 해외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 출신 선수는 병역복무를 35세까지 연기해 주고 뒤에 공익근무를 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은 원정 16강을 이룸으로써 국가적 지원만 뒷받침되면 더 큰 성취도 이룰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선수의 해외진출과 병역문제는 다음 월드컵, 그리고 그 이후의 월드컵을 위한 국가적인 지원과 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지, 선수 개인에 대한 포상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 준다면 현역복무 이상으로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있다.

월드컵은 끝나도 축구는 계속된다. 내년에는 중동의 카타르에서 아시안컵 대회가 1월에 열리고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아시아 지역 예선이 시작된다. 우리 축구대표팀의 ‘유쾌한 도전’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때에만 계속될 수 있다.

―남아공에서

정몽준 국회의원·국제축구 연맹(FIFA)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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