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33>譬之宮牆컨대 賜之牆也는 及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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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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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文廟의 柱聯(주련)에는 ‘齊家治國平天下(제가치국평천하) 信斯言也布在方冊(신사언야포재방책)’과 ‘率性循道致中和(솔성순도치중화) 得其門者譬之宮墻(득기문자비지궁장)’이 적혀 있었다. ‘제가, 치국, 평천하는 책(‘대학’)에 실려 있어 정말 말 그대로이고’ ‘솔성, 순도, 치중화는 담장에 비유하면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후자는 ‘중용’ 제1장의 ‘하늘이 명한 것을 性, 성을 따르는 것을 道, 도를 닦는 것을 敎라 한다’와 ‘中和를 이루면 천지가 자리 잡고 만물이 생육한다’는 가르침은, 담장이 높아 안이 보이지 않듯이 터득하기 어려우므로, 문으로 들어가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담장 운운은 ‘논어’ ‘子張’ 제23장에서 따왔다. 곧 노나라 대부 叔孫武叔이 조정에서 대부들과 이야기하다가 ‘子貢이 스승 중니보다 뛰어나다’고 평했는데, 子服景伯이 그 말을 전하자 자공은 위와 같이 말한 것이다.

宮牆은 집을 둘러싼 흙담이다. 室家之好는 작은 집의 멋진 점이다. 인은 7척 혹은 8척이다. 得其門而入은 공자의 敎學에 들어가 가르침의 본질을 보는 일을 뜻한다. 宗廟之美는 종묘의 아름다움이란 말로, 공자의 道德의 아름다움을 비유한다. 百官之富는 종묘에서 일하는 인수가 많다는 말로, 공자의 智德의 충실함을 비유한다.

학문의 진리에 관한 한, 과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담장 너머로 집안의 아름다움조차 보지 못한 사람이 태반이 아닐까?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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