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도시경쟁력… 가로등 바꾸니 범죄 30% 줄어

동아일보 입력 2010-07-05 03:00수정 2010-07-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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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세계 도시 정상회의’ 조명 활용방안 제시

獨교실 자연광에 가깝게 조명
학생들 읽기 속도 35% 향상
세계 에너지 75% 도시서 소비
조명만 바꿔도 최대 40% 절감
지속가능한 도시 조명의 대표적인 사례인 프랑스 리옹 시의 야경. 계획을 세워 도시 조명을 관리해온 리옹 시는 1989년 이후 조명이 2만 개 이상 늘어나 더 밝고 아름다워졌지만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지 않았다.
영국 리즈 시는 가로등을 백색광 조명으로 바꾼 이후 범죄율이 30% 줄어들었다. 백색광은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빛으로, 적은 광량으로도 밝게 비출 수 있으며 사물을 실물에 가장 가깝게 보이게 한다. 이후 영국의 다른 도시들도 백색광 조명으로 바꾸고 있다.

독일에서는 학교 조명 시스템을 바꾼 결과 학생들의 읽기 속도가 35% 향상됐으며 실수는 40% 줄어들고 이상 행동의 70%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업시간에는 자연광에 가깝게, 쉬는 시간에는 덜 밝게 조명을 하고 실내를 야외 환경과 비슷한 분위기로 꾸미려고 일몰이 가까워 올수록 조명을 조금씩 줄인 결과다.

지난달 29일∼이달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0 세계 도시 정상회의’에서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안들 중 ‘조명’이 큰 관심을 받았다. 이 회의에서는 20여 개국의 산업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를 주제로 대도시가 직면한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논의했는데, 특히 도시의 조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사이먼 태이 싱가포르 국제연구소 소장은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도시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도시는 활력과 관용, 독창성을 필요로 하게 됐다”며 “조명은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조명은 도시의 안전 및 에너지 문제와 연관이 깊으며 도시의 경관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도시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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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등에 따르면 도시는 세계 에너지의 75%를 소비한다. 이 중 빌딩이 조명 사용에 따른 전기 소비의 60%를 차지하고 가로등이 조명 전기의 15%를 차지한다. 결국 빌딩과 가로등 조명이 전체 조명의 75%다. 도시의 야경 등 미관과 관련된 조명이 전체 조명의 4분의 3인 셈이다. 따라서 고효율 조명은 가정 및 사무실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조명을 혁신적인 고효율 조명으로 바꾸면 최대 40%까지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5억5500만 배럴의 석유를 아낄 수 있는 양이다.

백색광 가로등(사진의 왼쪽 부분)을 적용한 홍콩의 한 도로. 백색광은 오른쪽의 일반 조명에 비해 적은 광량으로도 동일한 밝기의 빛을 낼 수 있으며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에서는 더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사진 제공 필립스
그러나 효율적인 조명은 아직은 요원한 얘기다. 세계 빌딩 조명의 1%에만 센서가 달려 사람이 있을 때만 켜지거나 해가 나면 창가의 조명을 줄이는 등의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센서를 다는 것만으로 2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올리비에 피콜린 필립스 조명사업부문 아태지역 사장은 “가로등과 거리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면 에너지와 유지관리 비용을 함께 줄일 수 있으며 야경까지 아름다워져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고효율 조명은 비싸기 때문에 도시들이 투자를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필립스 측은 “공공부문과 기업의 파트너십(PPP·Private Public Sector Partnership)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필립스는 금융회사를 끌어들여서 도시들이 낮은 금리 또는 무담보로 대출을 받아 고효율 조명으로 바꿀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행사 관계자는 “서울은 1990년대만 해도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멋진 도시로 변모했다”며 “멋지게 변한 서울의 야경도 한몫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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