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희정]지진 능가하는 사이버재난

동아일보 입력 2010-07-03 03:00수정 2010-07-0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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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에서 발생한 사이클론이 벵골 만 연안의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강타해 시속 160km가 넘는 강풍에 가옥 10만 채가 무너지고 12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중국 칭하이(靑海) 성 위수(玉樹) 현에서 발생한 진도 7.1의 강진으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등 갈수록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1월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0의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구촌 곳곳이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화면 속의 리포터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한다. 화산이 폭발하고 땅이 갈라지고 초대형 해일이 덮치는 등 지구상에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 천재지변이 발생한다. 자연재해 앞에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노라면 애석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정말 자연재해 앞에서 당해야만 할까.

자연재해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렵다. 완전히 막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측하고 준비하고 대응한다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재해와 재난이 일어난 뒤 어떻게 효과적으로 복구하느냐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2003년에 일어난 ‘1·25 인터넷 대란’이 전 세계에 미친 직간접 경제적 피해액은 1조 원으로 추정됐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한 피해액과 같은 규모이다. 2006년 전 세계에서 일어난 인터넷 침해사고에 따른 피해액이 13조 원임을 감안하면 인류는 매년 10번 이상의 쓰나미를 겪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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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재난은 천재(天災)보다 더 큰 인재(人災)이다. 사이버 공격은 이제 무엇보다 두려운 재난이다. 디도스 같은 형태의 사이버 공격은 한 국가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전기 수도 교통관제 등 기간 전산망 시설을 비롯해 국방시설이나 원자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 등 국가 주요 전산망이 공격을 받거나 해킹에 의해 조종을 받으면 상상하지 못할 재앙이 닥칠 수 있다.

2007년 에스토니아의 사이버 공격 피해를 보자. 100만 대 이상의 좀비 PC를 동원한 대대적인 디도스 공격으로 국가 기간망이 1주일 이상 마비됐다. 3주간 계속된 사이버 공격은 대통령궁과 의회 정부 은행 언론사 등 주요 기관의 홈페이지와 전산망을 초토화시켰다. 그런 상황이 한 달 이상 지속됐다면 에스토니아는 국가적 위기에까지 이르렀을지 모른다. 규모가 다를 뿐 이런 일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

지난해 발생한 7·7 디도스 공격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한순간에 무기로 돌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과 연결되는 가전제품, 통신기기, 스마트폰도 잠재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자연재해, 그에 못지않게 사이버 침해가 가져올 가공할 재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기술을 결합하여 예측력을 높이고, 예상 가능한 부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면 사이버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예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재해 재난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듯 계획단계부터 철저히 검토하여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 세상에서 사용하는 무기는 늘 우리 곁에 있다. PC나 스마트폰 등 우리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생활필수품이다.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수 있다. 모든 이용자, 바로 나 자신부터 실천이 필요하다. 사이버세상, 편리한 유비쿼터스 세상은 우리가 지켜내야 할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이다. 그 몫은 우리의 것이다.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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