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돌고래 학살 다큐’ 상영 강행-저지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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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자존심 훼손”
“표현의 자유 존중하라”

“표현의 자유인가? 문화적 상대성을 무시한 처사인가?”

돌고래를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의 일본 내 상영을 앞두고 일본 사회에서 찬반논쟁이 치열하다. 이 영화는 일본의 동남부 지역인 와카야마(和歌山) 현의 작은 어촌마을 타이지(太地)에서 매년 2만3000여 마리의 야생 돌고래가 무차별적으로 살육되는 현장을 고발하는 환경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각국에서 상영돼 일본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동물학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화제작이 됐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무대가 된 일본에서는 보수 우익단체들의 반발로 상영이 불투명해졌다. 보수단체들은 일본의 문화적 자존심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제작된 이 영화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더 코브’의 일본 내 배급사인 언플러그드는 우익단체들의 이 같은 반발에도 도쿄와 요코하마 등 6개 상영관에서 3일부터 상영을 강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만을 품은 우익단체들이 극장 앞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가자 극장주들은 상영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영화 상영을 강행할 경우 관객과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5월에도 ‘더 코브’를 상영할 예정이었던 도쿄와 오사카의 극장들이 우익단체들의 협박전화에 시달리면서 상영을 포기했다.

극장 개봉이 이처럼 난항을 겪자 일본 영화인과 언론인들은 지난달 초 심포지엄을 열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우익단체들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특히 상영중지 논쟁이 폭력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면서 폭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는 있을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하지만 ‘더 코브’가 문화적 상대성을 망각한 반일 인종차별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해마다 수만 마리의 야생 돌고래가 떼죽음을 당하는 현장 고발도 의미는 있지만 일본의 전통문화라는 점도 존중해야 한다는 것. 이들은 대대손손 생업으로 이어져 내려온 어업 활동이라며 돌고래도 중요하지만 어부들의 생존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본 법원은 ‘더 코브’를 상영하기로 한 요코하마 뉴시어터의 보수단체 가두시위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소송을 받아들여 표현의 자유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우익단체들은 항의시위를 계속 강행할 방침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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