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의학전문대학원

동아일보 입력 2010-07-02 03:00수정 201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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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과거 의대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대학자율에 맡기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의전원과 의대를 병행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은 기다렸다는 듯 의대 전환 의사를 밝혔다. 다만 입시 준비생을 고려해 2013∼2015년까지는 신입생을 뽑기로 했다. 같은 대학 내에 의전원과 의대가 동거하는 기형적 시스템은 2003년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돼 10년 만에 끝나게 됐다.

▷선진국의 의사 양성시스템을 보면 미국은 의전원인 메디컬스쿨을, 유럽과 일본은 의대를 운영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마찬가지로 의전원의 도입 취지는 좋았다. 의전원의 장점은 다양한 지식과 배경을 가진 학생을 뽑을 수 있고 학생들의 목표의식 및 동기가 강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전원 재학생들은 연령과 학부전공이 다양할 뿐 아니라 졸업 후 진로 역시 임상의사에 머물지 않고 법의학자 변호사 국제기구 근무 등으로 폭이 넓다.

▷정부는 의전원 체제를 밀어붙이면서 의대의 우수학생 싹쓸이현상을 막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소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의전원이 설립되자 “내 인생은 의사와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사람들까지 의전원 입시에 뛰어들었다. KAIST나 포스텍 등 이공계 졸업생과 재학생이 의전원에 몰려들면서 이공계 공동화현상이 빚어졌고 의전원을 가기 위한 예비전공으로 생물학 화학 생명과학 전공이 뜨기 시작했다. 의전원의 등록금은 한 학기 1000만 원에 달해 저소득층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의전원 선택이 대학자율에 맡겨진다고 해서 모든 대학에서 의전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의전원 체제로 단일화한 대학들은 정부 지원금도 받았기 때문에 쉽게 되돌아가지는 못한다. 의사양성 시스템에 정해진 답은 없다. 의대와 의전원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의대 체제를 선택하는 대학들도 ‘그들만의 기득권’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많은 수험생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한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결국 교육당국이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정책을 밀어붙인 데 있다. 의대든, 의전원이든 정부는 대학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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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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