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완준]아프리카 ‘죽은 원조’를 살리는 법

동아일보 입력 2010-07-02 03:00수정 201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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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인들이 싫다. 중국인들의 원조가 대규모이고 속도가 빠른 점은 마음에 들지만 질이 낮은 게 문제다. 우리가 못산다고 그 정도도 모를 것 같나.”

지난달 25일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만난 현지 정부 관계자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다른 콩고민주공 사람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원조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의 원조 현장을 취재하러 간 기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국은 콩고민주공 등 아프리카에 대규모 원조를 쏟아 붓고 있는 원조 대국이다. 그런데 왜 현지인들은 중국을 싫어하는 것일까.

현지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대규모 건설과 토목사업을 차관 형식으로 원조하고 있지만 부실 공사 때문에 도로가 금방 파손되는 등 현지인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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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차관 형식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해주고 있다. 한국의 2008년 아프리카 원조액은 1억 달러였지만 중국의 2007년 원조액은 179억 달러였다. 그런 중국이 ‘묻지마’식 투자를 하고, 중국 기업과 중국 노동자를 대거 참여시키며 사업을 독식해 현지인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원조를 받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세계 각국이 오랫동안 원조를 계속하다 보니 아프리카 정부 인사들이 원조를 당연시하거나 공여국에 기회를 주는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는 풍조가 만연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콩고민주공의 노르베르 카틴티마 농업부 장관은 기자를 만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이달 시작하는 농촌개발 사업지 선정과 관련해 “왜 수도 킨샤사의 농촌 마을을 선택했나. 더 대규모로 했어야 하지 않나. 한국을 잘 아는 내가 장관을 할 때 기회를 잘 포착하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에티오피아의 외교소식통은 “에티오피아 정부는 웬만한 원조는 원조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규모 원조가 아닌 소규모 원조는 거절해버린다”고 말했다. 이한곤 주케냐 한국대사는 이를 ‘원조피로증’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해 한-아프리카 포럼에서 아프리카 원조를 현재의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럴 때일수록 현지인들이 공여국에 갖기 쉬운 불신과 원조피로증이라는 ‘2개의 장벽’을 넘을 전략이 절실하다. 전영숙 에티오피아 KOICA 사무소장은 “정성스러운 원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에게 베풀 때 더 겸손해지고 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윤완준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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