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타임오프, 현대重모델과 기아車노조의 억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일 03시 00분


기아자동차 경기도 화성 공장은 국내 중형차 시장의 장수 챔피언인 현대차의 쏘나타를 누른 K5를 생산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하루 700여 대밖에 만들지 못해 1만6000여 대의 주문이 밀려 있다. 그렇지만 노조는 생산을 늘리기 위한 특근을 거부하고 파업 찬반투표까지 했다. 모처럼 잘나가는 기아차가 노동조합 전임자 수를 대폭 줄이고 임금 지급도 최소화하는 유급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갈등으로 파업 위기를 맞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어제부터 시행된 타임오프제에 따라 회사가 급여를 지급하는 전임자를 181명에서 19명으로 줄여야 한다. 노조는 현행 수준 유지를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들어주면 위법이다. 어제 노조가 새로운 전임자 명단을 회사 측에 통보하지 않자 회사 측은 전임자와 임시상근자 등 204명에 대해 무급휴직 발령을 냈다.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는 기아차가 무릎을 꿇게 되면 타임오프제 전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일부 기업은 7, 8월 타임오프제 무력화 투쟁에 나서겠다는 민주노총의 무리한 요구를 단협이나 이면계약으로 들어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작년 30억 원이 넘는 노조 사업비를 올해 23억 원으로 줄였다. 전임자 수도 55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그중 법정 한도인 15명을 뺀 나머지 15명의 임금은 노조 측이 부담한다. 현대중 노조는 2004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후 상급단체 조합비로 내던 돈을 매년 20억 원이나 절약했다. 기아차의 한 노조원은 노조 홈페이지에 “금속노조에 납부하는 37억 원이면 조합비에 손대지 않고 전임자 임금을 해결할 수 있다”고 썼다.

무(無)파업 사업장도 위기다. 19년 임단협 무분규 기록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14년 연속 무파업의 다이모스, 13년 무분규의 현대하이스코도 타임오프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심각하다. 전임자를 7명에서 3명으로 줄여야 하는 경북 구미의 반도체 생산업체인 KEC 노조는 6월 21일부터 11년 만의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회사 측은 6월 30일 직장폐쇄를 했다. 노사평화의 뿌리가 얕기 때문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세계 각국이 시행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타임오프제는 이 원칙으로 가는 중간단계다.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13년간 유보됐다가 시행되는 타임오프제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노조는 권위주의 시대에 부당하게 탄압받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노사 선진화 모델을 마련하는 데 대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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