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 식구’라고 혈세 낭비 區의회를 살린 국회

동아일보 입력 2010-07-02 03:00수정 201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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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이 서울특별시와 6개 광역시의 구의회 폐지를 약속했다가 뒤집었다. 올 4월 27일 국회 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는 ‘2014년부터 구의회 폐지’를 포함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당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를 4월 안에 합의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되 불발 시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야는 6월 국회 마지막 날인 그제까지 특별법안을 법사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양당 원내대표와 특위는 법안 13조의 ‘구의회 폐지, 구정위원회 설치’ 조항을 삭제하고 2013년 5월까지 구의회 개편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구청장은 직선으로 뽑으면서 구의회만 없애는 건 민주주의의 후퇴”라며 원안의 법사위 상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은 6·2지방선거에서 서울 인천 등 대도시 구의회에서 의석수를 대거 늘려 한나라당과 양분하게 된 마당에 차기 국회의원 총선에도 중요한 손발이 될 구의원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도 동조하고 나섰다. 1일 출범한 통합창원시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담은 특별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민주당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구실도 작용했다. ‘내 식구’라고 할 수 있는 구의원 자리를 살리는 데 여야가 담합한 셈이다.

서울과 6개 광역시의 구의원은 1010명이다. 이들에게는 1인당 평균연봉 4000만 원씩 모두 404억 원이 국민 혈세(血稅)에서 지급된다. 교통 상하수도 쓰레기수거 등 주민생활과 직결된 행정을 특별시나 광역시가 도맡아 하기 때문에 자치구가 따로 할 일은 많지 않다. 생활권을 감안하지 않고 나눈 행정구역을 감안하면 자치구의 권한과 기능은 더 축소하고 특별시와 광역시에서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뉴욕 런던 등 세계 주요 대도시 가운데 구의회를 둔 곳은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자치구의회를 폐지할 경우 대의민주주의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내세우는 명분은 언제나 그럴듯하다. 구청장의 예산집행과 행정업무에 대한 감시 및 견제 기능은 제대로 못하면서 각종 이권과 비리로 찌든 구의회라면 없애는 것이 주민의 이익에 부합하고 국민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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