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움츠린 증시, 지나친 비관론은 또다른 함정

동아일보 입력 2010-07-02 03:00수정 2010-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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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개봉한 ‘그해 여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류스타 이병헌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때문인지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익숙한 멜로영화였지만 1970년대 초 엄혹했던 대학가를 배경으로 해 70·80 세대들에게는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영화가 오랜 여운을 남긴 것은 초록빛이 창연한 여름과 어두운 시대상황이 대비된 덕도 있는 듯하다.

영화만큼 강렬하지는 않을지라도 매년 여름은 오고 지나간다. 금년 여름은 호우가 잦고 장마가 길 것 같다는 예보다. 마치 증시를 전망하는 것처럼 들린다. 상반기가 끝나도록 시장은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투자가들도 지친다. 여름이 가기 전에 지루한 장마 같은 시장이 끝날지 아니면 계속 끈적거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시절도 여전히 어수선하다.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어김없이 나쁜 소식이 뒤따라온다. 재정적자 문제로 갈수록 진창에 빠지는 유럽과 아직 경기 회복을 확신하기 어려운 미국, 게다가 늠름하게 버텨주던 중국마저 성장통이 시작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란 결론을 내리기도 애매하다. 글로벌 경제지표는 조금씩이나마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한 외국 전문가의 전망을 소개해 본다. 모처럼 낙관적인 리포트다. 1971년 이래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세 번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위기 이후 시장은 세 단계로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단계는 위기 직후 강한 반등. 상승폭은 40% 정도로 기간은 대개 11개월 정도다. 지난해 보였던 반등 시장이 전형적이다. 두 번째 단계는 반등 후 조정. 평균 7% 정도 하락하면서 11.4개월가량 지속되는데 상하 변동폭은 5∼15%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증시가 이에 해당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증시가 하락할 때 이를 단순히 조정되는 국면으로 볼지 아니면 대세하락하는 국면으로 볼지 구분하는 것이다. 이 구간은 악재와 호재가 섞여 있어 판단하기 어렵다. 그나마 올해 증시는 경제와 기업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가운데 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대세하락이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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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단계는 대세상승장이다. 길게는 5년에서 6년 정도 지속되는데 통상 거품 장세로 마감된다. 세 번의 사례만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갖기는 어렵지만 지나친 비관론에 대한 균형을 잡는 데 참고할 만하다. 문제는 지나치게 예민해진 투자심리다. 올해 여름은 막연한 불안심리보다는 합리적인 투자 선택이 푸른 녹음처럼 짙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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