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먹고… 올무 걸려… 지리산 반달곰 잇달아 숨져

동아일보 입력 2010-07-01 03:00수정 2010-07-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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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가능 곰 3마리로 줄어
덫에 걸린 반달곰 복원사업

러시아 출신 수컷
열매 안열리자 농가 온듯
농약 먹고 폐사는 처음

北 출신 암컷
2차례 올무 위기 넘겼지만…
2005년 북한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지난달 29일 오후 올무에 목이걸린 채 나무에 매달려 죽어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중 2마리가 최근 몇 주 사이에 연달아 폐사해 반달곰 복원 사업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2007년 들여온 4년생 수컷 반달곰(천연기념물 329호·관리번호 RM-24)이 죽어있는 것을 지난달 12일 경남 산청군 농가 인근 산에서 발견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공단은 지난달 29일 6년생 암컷 반달곰(NF-8)이 올무에 걸려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해 전남 구례경찰서에 신고했다.

▶본보 6월 30일자 A16면 참조
北서 들여온 지리산 반달곰 올무에 걸려 숨졌다

○ 수컷 곰 사인은 농약

수컷 곰은 외상 없이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반달곰을 관리하는 지리산 멸종위기종 복원센터가 이 곰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맡겨 부검해 보니 살충제 성분이 치사량의 40배나 검출됐다. 고추, 감자, 사과에 사용하는 농약 ‘포레이트’였다. 센터는 이 곰이 지역 농가가 사용하고 방치한 농약을 먹고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까지 10마리의 반달곰이 올무에 걸려 죽거나 자연사한 일이 있으나 농약을 먹고 폐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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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시작한 반달곰 방사 사업은 초기에 곰이 민가로 와 벌꿀통을 뒤지거나 등산객을 쫓아다니는 바람에 실패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지금은 아직 나무 열매가 열리지 않아 곰이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운 시기”라며 “활동반경이 넓어진 곰이 민가까지 내려와 먹을 것을 뒤지다 폐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북한 출신 암컷 곰의 운명

지난달 29일 올무에 걸려 죽은 암컷 곰은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 올무에 걸렸다가 구조된 적이 있지만 이번엔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이 곰은 목에 올무가 걸린 채 나무에 올라가 버둥거리다 떨어지는 바람에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곰은 지난해 초 야생에서 새끼를 낳은 뒤 한동안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멸종위기종 복원센터의 가슴을 졸이게 하기도 했다. 당시 같은 시기에 새끼를 낳았던 북한에서 들여온 다른 암컷 곰(NF-10)은 새끼를 보호하려 애쓰다 탈진해 숨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었다. 특히 두 마리 모두 가임연령(5∼7년생)대의 암컷 곰이었기 때문에 다른 곰보다 가치가 컸다. 센터 관계자는 “이들의 죽음으로 지리산에 방사된 곰 가운데 임신이 가능한 곰이 3마리로 줄어들었다”며 “자연증식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전했다.

○ 지리산 야생 곰 이제 16마리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 2월 야생에서 두 마리의 새끼를 출산한 또 다른 연해주 출신 어미 곰(RF-18)을 관찰한 결과 현재 새끼 한 마리만 데리고 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한 마리는 영양결핍 등으로 자연사한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반달곰 복원사업을 위해 지금까지 방사한 29마리 중 14마리와 새끼 곰 2마리 등 총 16마리만 현재 지리산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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