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8>축제와 문명

동아일보 입력 2010-07-01 03:00수정 2010-12-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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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슬픔과 기쁨, 공포와 평안,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등과
같이 다양한 모습을 띠며 법규를 피해 다닌다. 성적본능에서 단
순한 생식능력보다 더한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사랑에 빠진 한
쌍에게서, 아니면 옥수수 숭배를예찬하는 푸에블로 인디언들에
게서, 또는 1793년 혁명의 날로부터 축제를 볼 수 있다.”》
프랑스 대혁명도 축제였다
◇축제와 문명/장 뒤비뇨 지음·한길사

선사시대부터 인간과 함께 해온 축제. 저자는 “축제는 황홀한 순간”이라고 한다. 그것은 죽음과 삶, 꿈 사이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로 파리7대학에서 사회학, 인류학 교수를 지냈으며 지금은 저작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브라질 북동부 해변의 항구도시 포르탈레자에서의 집단적인 춤, 세네갈 카사망스의 죽음의 춤, 1790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 당시 사람들의 춤, 1937년 뮌헨에서의 나치들의 축제 등 평범한 일상은 물론 정치적 격변의 현장을 축제와 연결시키며 다양한 예를 소개한다.

브라질 포르탈레자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모인다. 이들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제의를 하고 노래하며 춤을 춘다. 정해진 기준이나 규칙은 없다. 자유분방하다 보니 무질서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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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저자는 축제의 본질을 발견한다. 그건 다름 아닌 무질서. 축제는 기본적으로 일상생활과의 단절이다. 어느 정도의 혼란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축제는 기본적으로 종교적이다. 무질서에 축제의 본질이 있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를 발견하는 것이다. 동시에 카오스를 통해 코스모스로 나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시종 축제는 성스러움과의 만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본래 축제의 목적은 인간을 초월적인 에너지에 접근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의 양식에 영감을 주면서 인간과 보이지 않는 존재 사이에서, 또는 인간과 주변 환경 사이에서 어떠한 놀이를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종교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가치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대목은 ‘축제를 상징적 환각의 상태’라고 규정하는 점이다. 이 역시 무질서(카오스)에서 질서(코스모스)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코스모스의 발견은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 혹은 욕망의 표현이다. 의례나 축제에서 사람들이 가면을 쓰는 것은 억압된 꿈, 기존 질서를 벗어나고픈 욕망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축제와 이데올로기의 관계, 축제의 전도성을 논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프랑스 대혁명을 축제의 과정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 모든 축제의 과정은 곧 새로운 만남이다. 축제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어느 집단이나 사회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혼돈과 혼미 속에서 원초적인 신과 인간의 만남을 경험하는 것이다.

저자는 니어 축제를 유토피아와 연결시킨다. “축제는 자연의 소명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힘을 얻고 퍼져나가 여러 경계의 지역들을 포용하게 된다. 이 건강한 파괴 없이 어떠한 문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축제는 그 존재를 위해 파괴해야 할 것을 끝없이 알려준다.”

축제는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의 실상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는 진정한 삶을 위한 출구이기도 하다. 그것이 인간 세상에서 축제가 존재하는 이유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축제를 통해 ‘종말이 없는 세상’을 갈망한다. 저자는 그 갈망을 이렇게 표현한다. “내일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나타날 축제들을 계속 만나게 될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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