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 차두리 로봇, 그리고 차바타

동아일보 입력 2010-06-15 20:00수정 2010-06-1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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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브라질 호나우지뉴 선수의 별명은 ‘외계인’이다. 웃을 때 잇몸이 활짝 드러나는 독특한 모습과 현란한 발재간이 지구인 같지 않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브라질 대표팀에서 빠진 호나우지뉴와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나부행성 외계인 자자빙스를 비교한 사진이 인터넷에 나돈다. 닮았다고 생각하고 보면 닮은 것 같기도 하다.

▷12일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맹활약한 차두리 선수가 인간이 아닌 로봇이라는 ‘차두리 로봇설(說)’은 ‘호나우지뉴 외계인설’ 못지않게 그럴듯하다. 그 증거라는 것이 배꼽을 잡는다. 유니폼 뒤에 새겨진 영문이니셜 ‘D R CHA’는 차 박사가 그를 만들었다는 의미란다. 머리카락이 없어 태양광을 잘 받는다고도 한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차 선수가 공을 잡을 때는 차범근 해설위원이 아들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데 집중하느라 조용해진다는 점이란다. 옛날 등번호 11번은 충전을 위한 콘센트 자국이었는데 이번에 22번을 단 것은 220V로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이라니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차두리 로봇설은 차 선수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긍정적 마인드를 칭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들 칭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차범근 해설위원의 처지를 꿰뚫어본 누리꾼의 재치와 상상력이 기막히다.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 알 수 없는 차두리 로봇설은 진화를 거듭해 지금은 차두리가 차범근 해설위원의 아바타라는 ‘차바타설’에 이어 차두리 로봇 설계도까지 등장했다. 차두리 선수도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웃는 것 같다”며 싫지 않은 표정이다.

▷젊은 세대에게 인터넷은 재미있는 놀이터이자 소통수단이다. 차두리 로봇설도 여러 사람의 기발한 발상이 합쳐진 집단 창작품이다. 재미와 참여는 인터넷세대의 특징이다. 인터넷의 힘이 긍정적으로 발휘되면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지만 오작동할 때는 천안함 음모설의 진원지가 된다. 여당이 패배한 6·2지방선거가 끝난 뒤 청와대는 온라인 대변인을 임명했다. 한나라당은 트위터 정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치권이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려면 정치공학적 접근보다는 인터넷세대의 특성을 아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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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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