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찰스란케스터]BP가 알려준 위기대처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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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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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미국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 장본인으로 몰려서다. 사고 당시 원유 유출 장면이 TV로 전 세계에 실시간 보도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책임자 처벌을 공언했다. BP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로 물러날 뜻이 없다고 발언했다.

원유 유출량이 바닷물 양에 비하면 매우 적다는 CEO의 발언은 공개적으로 책임을 회피한 셈으로 기업을 궁지에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BP는 기업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고 주주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와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주가는 사고 이전 수준에서 40% 이상(2010년 6월 9일 기준)이 떨어졌고 천문학적 규모의 줄소송이 이어져 총체적 위기에 놓인 상태다.

BP 사례는 기업의 명성이 뉴스와 정보가 24시간 쉼 없이 소통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서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구가하는 한국 기업에 기업 명성 및 위기관리 측면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위기관리는 본사 차원이 아닌 지역적 차원에서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오늘날 통신망의 발달로 본사가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사업 활동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어졌다.
달리 말하면 서울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 유럽 남미 아프리카에서 하는 결정 하나, 논평 한마디가 서울 본사에서의 결정이나 논평과 동일한 위력과 영향력을 발휘하므로 잘못하면 기업 명성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위기 대응은 해당 지역 사회의 문화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기업이 수천 t의 기름을 연안에 유출시켰다면 회사는 즉각 피해 지역 주민은 물론이고 정부 책임자와 시민단체 등 지역 이해관계자의 처지에서 먼저 고민하고 대처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지역 중심적 사고와 대응은 덩치 큰 글로벌 기업이 간과하기 쉽지만 지역사회의 분노가 부메랑이 되어 전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할지 모를 일이다.

둘째,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최고의 실무자로 위기관리팀을 미리 조직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어떠한 제한 없이 창조적으로 생각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 소유 트럭이 학생을 가득 태운 학교 버스와 충돌할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위기관리 계획은 가능한 한 최초 단계에서부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예상한 뒤 명료하면서도 직관적이고 단계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위기 발생 후 24시간 동안의 초기 대응은 위기 전체의 향배를 결정한다. 기업이 초기 조치에 비조직적이어서 너무 방어적이거나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면 어떻게 되나? 문제를 훨씬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나머지 위기관리 기간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

넷째, 연습만이 최선이다. 기업은 가상 위기 시나리오에 대해 연간 최소 1회 이상의 위기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같은 시간대에 난처한 상황에 처하도록 하고 각자 어떻게 대처하는지 관찰하고 평가하는 과정은 위기 대응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이는 위기관리팀으로 하여금 정황별 발전 단계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전설적 골프 선수인 게리 플레이어는 “나는 더욱 열심히 연습할수록 더욱 행운이 따른다”고 했다. 잘 대처한 위기는 오히려 기업 명성을 높이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관리의 정답은 없다. 준비와 훈련만이 위기에 강한 기업을 만든다. 세계무대에서 앞만 보고 성장 가도를 달려 온 한국 기업도 과연 위기에 잘 준비된 상태인지 자문해 볼 때이다.

찰스란케스터 에델만 북아시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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