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육정수]군사적 대응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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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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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북한이 저지른 8·18도끼만행사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던가. 특수부대는 비밀작전을 벌였다. 북한군이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쳐 죽인 데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은 전쟁을 불사한 행동이었다. 실제로 전쟁에 대비해 전방의 군병원 환자들을 대거 후방 병원으로 이송했다. 6·25전쟁 후 처음인 ‘데프콘 2’(공격준비태세) 상황에서 특전사 1공수여단 팀은 판문점 ‘돌아오지 않는 다리’ 입구의 미루나무를 완전히 베어 버렸다.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시비 걸어 도발한 북한군은 뻔히 보고도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도끼만행 때 ‘전쟁 불사’로 北 항복

작전에는 대통령경호실 작전차장보(전두환), 1공수여단장(박희도)이 개입했다. 팀장 K 씨(당시 소령·예비역 준장)는 “대원 64명이 손톱 발톱을 모두 깎아 부대에 보관하고 죽을 줄 알고 출동했다”고 회고한다. 이들은 나무를 베어 내고도 분(憤)이 안 풀려 북측 판문각 주변 초소 여러 곳을 부수고 돌아왔다.

미군은 F-4, F-111, B-52 등 수십 대의 폭격기와 7함대 항공모함 전단(戰團), 해병대 1800명을 미국 본토와 일본 기지에서 한반도로 이동시켰다. 함대는 동해의 북한해역으로 들어가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도 ‘북풍 1호’를 선포해 준전시상태에 들어갔다.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박정희 대통령은 “미친개는 몽둥이가 필요하다”는 대(對)국민 연설을 했다. 그는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또다시 불법적인 도발을 자행하면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즉각 응징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김일성은 다음 날 ‘유감표명’으로 항복했다.

천안함을 북한이 침몰시킨 것으로 밝혀질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할까.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1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준비 중인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국민과 언론이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할 테니 대비하라’고 미리 가르쳐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군사적 대응’ ‘군사적 보복이나 응징’ ‘자위권 행사’ 등 여러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보복과 응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에 따른 동종(同種) 동급(同級)의 앙갚음을 뜻한다. 자위권은 유엔헌장 51조의 ‘무력공격이 발생했을 경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고유한 권리’를 말한다. 군사적 대응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 정비와 대북(對北)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군 원로들과의 오찬에서 “결론이 나오면 행동으로 분명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만으로는 어떤 대응을 의미하는지 불분명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방안이 확보되지 않으면 우리가 엉뚱하게 잃을 것도 많다”면서 “설사 보복한다고 해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수긍할 만한 대응을 뜻하는 것 같다.

대통령과 軍의 자세 분명치 않아

현역 및 예비역 장성 중에도 군사적 보복은 실기(失機)했거나 적절하지 않다는 측이 적지 않다. 북의 위장 침투 공작원 2명에게 살해될 뻔했던 황장엽 씨(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군사적 대응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한반도를 전쟁이 일상화된 지역처럼 비치게 하려는 북의 의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괄적 의미의 군사적 대응은 반드시 해야 한다. 무기체계 개선과 위기대응 시스템의 구축, 군의 인적 개혁과 기강 확립 등 우리 군을 총체적으로 혁신하는 작업은 필수적인 군사적 대응에 포함된다. 전쟁 위험이 있는 무력 보복은 자제하더라도 ‘잘못 건드렸다가는 이젠 정말 큰일 나겠다’고 북이 깨달을 정도의 상징적인 군사적 조치도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북은 지난 10여 년보다 남쪽을 더 우습게보고 더 자주, 더 큰 도발을 할 것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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