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요금 장벽 앞에 ‘반쪽 무선인터넷’

동아닷컴 입력 2010-04-22 03:00수정 2010-04-2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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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통위 1조5000억 투자 활성화 계획 발표했지만… 美-日 ‘무제한 정액요금제’ 도입
인터넷라디오 등 발전 이끌며
무선인터넷 강국으로 도약

국내선 ‘요금 폭탄’에 이용 위축
사용한 만큼 요금부과 큰 부담
통신사 새 서비스 개발 한계



귀에 꽂은 스마트폰의 이어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장된 노래가 아니라 평소 즐겨듣던 음악과 비슷한 노래를 자동으로 골라 틀어주는 인터넷 라디오다. 하루 약 8만5000명이 가입한다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 서비스 ‘판도라’다.

한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엠넷닷컴과 등의 스마트폰 프로그램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 어디서 듣느냐다. 판도라는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곳이면 차 안에서도 이동하며 들을 수 있지만, 엠넷이나 소리바다는 대부분 ‘앉은뱅이’ 서비스다. 통화료 걱정에 사람들이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무선랜(Wi-Fi)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판도라처럼 음악을 들으면 노래를 하루 10곡씩만 들어도 열흘이면 월간 데이터 사용량(500MB 기준)이 끝나버린다. 눈에 보이는 선은 없는데,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는 없는 한국의 ‘반쪽 무선인터넷’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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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선인터넷 가로막는 ‘요금 장벽’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면서 휴대전화 요금도 함께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데이터통화 요금이 무선인터넷의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선인터넷은 유선인터넷처럼 일정액을 내고 마음껏 사용하는 게 아니라 사용량에 따라 돈을 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은 늘 통신요금이 많이 나올까 위축된 상태에서 무선인터넷을 쓰게 된다.

통신사들은 이를 막기 위해 이른바 ‘무료 데이터통화’를 많이 제공해 ‘실질적 정액요금제’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정 사용량을 넘어서면 요금이 제한 없이 부가돼 ‘요금 폭탄’ 걱정은 여전하다. 실질적인 정액요금제를 운영하는 곳은 국내 통신사 가운데에선 월 요금 상한선(월 2만5000원)을 둔 ‘오즈(OZ)’ 요금제의 LG텔레콤이 유일하다.

KT 개인마케팅전략담당 강구현 상무는 “요금제 상한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심리적 위축’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덕분에 하루 종일 ‘곰TV’ 같은 동영상 프로그램을 보는 극소수 사용자가 일반 사용자들의 통화 품질 장애를 일으키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외국에선 비슷한 3세대(3G) 서비스를 하는 통신사들이 무제한 데이터통화 요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에는 월 30달러(약 3만3600원)를 음성통화료에 추가로 더 내면 휴대전화로 자유롭게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요금제가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도 최고 4410엔(약 5만2900원)을 요금 상한선으로 하는 사실상의 정액요금제가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이 무선인터넷 강국으로 손꼽히는 배경에는 통신사들의 이런 요금 정책도 한몫한다.

○ 상상력의 제한

최근 국내 무선인터넷 서비스에서 외국 기업의 서비스가 세를 넓히는 것도 요금 특성과 관련이 있다. 유선인터넷에서는 네이버와 싸이월드 같은 국내 서비스가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고, 온라인게임처럼 한국이 자랑하는 산업 분야도 생겼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전국을 연결하는 초고속 유선인터넷 덕분이었다.

하지만 무선인터넷에선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찍어 자신만의 1인 생방송을 만드는 ‘유스트림’, 자신의 위치 정보를 다른 사용자들과 게임처럼 공유하는 서비스 ‘포스퀘어’, 가입자끼리 음성통화가 무료인 인터넷전화 ‘스카이프’ 등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해외 제품이다. 데이터 사용량의 제한이 서비스를 만드는 ‘상상력의 제한’으로 이어진 셈이다.

‘엠넷’ 프로그램을 만든 엠넷닷컴의 금기훈 디지털미디어본부장은 “해외에선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라디오처럼 음악을 듣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음악을 듣는 10대 고객이 얼마가 나올지도 모르는 무선인터넷 요금을 낼 것으로 가정해 서비스를 기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선인터넷 발전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1조5000억 원을 민간기업과 함께 투자하겠다는 ‘무선인터넷 활성화 종합계획’을 21일 발표했다.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서비스가 생기도록 북돋워주고 무선랜을 확충하며 데이터통화 요금제도 손보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통신사의 고민은 여전하다. 데이터통화 무제한 정액요금제가 통신망의 부담을 늘리고 서비스 품질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이순건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무선인터넷은 유선인터넷과 달리 용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단 음성통화라는 고유의 기능이 안정적이어야 휴대전화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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