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인양]시신 훼손 거의 안돼…대다수 예상위치와 다른 곳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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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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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부 침실서만 14구 수습
주갑판 근무자 중 일부
물살 휩쓸리거나 튕겨나간 듯
가족과 협의 뒤 장례 치를 듯


천안함 침몰사건의 실종 사병 중 36명의 시신이 15일 함미 인양 후 해난구조대(SSU)의 수색 과정에서 발견됐다. 구조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수색작업을 벌였다. 이미 시신으로 발견된 2명을 포함하면 전체 실종 사병 46명 중 8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인 셈이다. 군 당국은 함수 부분에는 실종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어 실종자 8명 중 상당수는 함체에 가해진 충격 이후 물살에 휩쓸려 산화했을 공산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 시신 어디서 발견됐나

구조대는 이날 오전 함미를 인양한 뒤 곧바로 실종자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병사들의 시신 36구 중 9구만 당초 국방부가 사건 당시 있을 것으로 추정한 곳에 있었지만 나머지 27구는 각자의 예상 위치와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

이날 가장 먼저 신원이 확인된 서대호 하사의 시신은 사건 당시 서 하사의 근무 지점으로 추정됐던 주조정실(MCR)과 인접한 승조원 식당에서 발견됐다. 이상준 방일민 하사와 이상민 병장(1988년생)의 시신도 승조원 식당에서 수습됐다.

구조대는 주갑판 수색을 마친 뒤 이날 오후 3시 15분 선체 내부에 실내작업등을 설치하고 아래층 탄약고와 기관부 침실로 수색 범위를 넓혀갔다. 주갑판 아래층은 사건 당시 실종자가 가장 많이 있었을 것으로 군 당국이 추정한 곳이다.

구조대는 13명이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됐던 기관부 침실에서 박석원 강준 정종율 안경환 중사, 손수민 조진영 하사, 이재민 이상민(1989년생) 이상희 병장, 김선명 박정훈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장철희 이병 등 14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바닥을 열고 들어가는 기관창고에서는 조정규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

구조대는 침실과 인접한 유도행정실에서 차균석 하사의 시신을, 탄약고에서 신선준 임재엽 중사의 시신을 찾았다. 후타실에서도 김종헌 중사, 김동진 하사, 이용상 병장, 김선호 상병 등 4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같은 층의 승조원 화장실에서는 민평기 최정환 김경수 중사, 심영빈 하사, 조지훈 일병의 시신이 나왔다. 문규석 상사의 시신은 중사 휴게실에, 문영욱 하사의 시신은 후부 제독소에 있었다. 전기 창고에서는 정범구 상병의 시신이 나왔다. 구조대는 이어 함미 맨 아래층의 디젤엔진실에서 서승원 하사와 강현구 병장의 시신을 수습했다. 한편 군은 당초 김경수 중사의 시신을 문영욱 하사의 시신으로 잘못 발표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못 찾은 실종자

국방부는 절단면 부근에서 근무했던 병사 중 일부가 폭발과 함께 물살에 휩쓸려갔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갑판 근무자 중 일부는 폭발의 충격에 튕겨 나가 산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당시 절단면 부근인 주조정실에서 근무했을 것으로 추정됐던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의 시신은 이날 수색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승조원식당에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창기 원사의 흔적도 찾지 못했다. 보수공작실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던 박경수 중사도 그 자리에 없었다.

침실에 있을 것으로 봤던 박보람 하사, 강태민 일병, 정태준 이병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 침실은 격실로 보호됐기 때문에 이들은 사건 당시 다른 곳에 있다가 사고를 당했을 개연성이 높다. 또 맨 아래층의 절단면 부근인 디젤엔진실에서 근무했을 것으로 추정됐던 장진선 하사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 상태와 장례절차

국방부는 당초 실종 병사들의 시신이 20일 동안 바다 밑에 있어서 상당히 부패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날 발견된 시신 중 대부분은 유가족이 금방 얼굴을 알아봤을 정도로 깨끗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온이 섭씨 3∼4도 수준이어서 ‘냉장효과’가 발생했고 바닷물의 염분까지 있어 상당수 시신이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며 “시신에 외상도 거의 없어 장병들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례절차는 현재 실종자가족협의회가 구성한 장례위원회와 군 당국이 협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함수까지 인양해 실종자를 수색한 뒤 장례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족협의회는 전날 가족회의를 통해 함미와 함수 인양이 끝난 뒤에도 발견되지 않는 시신은 ‘산화자(散華者)’로 처리해 군에 추가 수색작업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함수 인양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쯤에나 장례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동영상=처참한 함미…그들은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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