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9시 45분 → 30분 → 25분 → 22분… 사고시각 번복 軍불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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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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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시각 오락가락

TOD 원본 뒤늦게 공개
30일 “9시33분 첫 촬영”
알고보니 첫 10분분량 잘라
왜 편집했나 의혹 증폭

또 바뀔 가능성은
해경은 “15분” 엇갈린 주장
휴대전화 16분에 중단설도
軍 “신속히 보고하려다 오차”

3월 26일 오후 9시 45분→9시 30분→9시 25분→9시 22분→?

국방부가 밝힌 천안함 침몰 시간이 점점 앞으로 당겨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사고가 발생한 뒤 군 당국은 “오후 9시 45분에 사고가 발생했다”라고 했다가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선 ‘9시 30분’으로 수정했다. 이틀 뒤인 29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에서 ‘9시 25분’이라고 밝힌 지 사흘 만인 1일 다시 국방부는 사고 시간을 3분가량 앞당겼다.

○ TOD 편집공개 논란

국방부는 1일 천안함 침몰 상황을 담은 열상감시장비(TOD) 원본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달 30일 1분 20초짜리로 편집된 TOD 영상을 공개한 지 이틀 만이다. 국방부가 처음 공개한 영상은 TOD가 천안함을 촬영한 26일 오후 9시 33분의 동영상과 해군 고속정이 도착해 구조 활동을 벌이는 9시 56분 두 부분만 편집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영상만 공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국방부는 서해 백령도 인근 해병대 초소에서 찍은 40여 분 분량의 원본 TOD 영상 전체를 공개했다.

문제는 TOD에 찍힌 촬영 시간. 1일 공개된 영상은 사고 당일인 ‘26일 오후 9시 23분 47초’를 표시하며 시작했다. 30일 공개된 편집 영상이 9시 33분부터 시작된 것과 비교하면 10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천안함 사고 현장에서 2km 떨어진 백령부대 초병이 ‘꽝’ 하는 소리가 들리자 TOD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찾던 중 (오후) 9시 33분에 천안함의 침몰 모습이 처음 잡혔다”고 말했다. 원 대변인은 1일에야 “앞 화면이 또 있는 것을 어제 오후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또 국방부는 TOD에 찍힌 시간이 실제 시간보다 2분 40초 빨리 설정돼 있어 실제 촬영이 시작된 것은 ‘오후 9시 26분 27초’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서해 백령부대 초병이 폭발음을 듣고 상황 보고를 들은 뒤 TOD 촬영을 시작할 때까지의 지체 시간을 감안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측정한 지진파 발생시간(9시 21분 58초)을 참고하면 9시 22분경에 사고가 터졌다고 국방부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해명자료에 ‘20분’으로 명시했다가 22분으로 다시 정정하기도 했다.

○ 9시 16분부터 22분까지는 무슨 일이?

국방부는 천안함 함장의 진술(지난달 27일 조사 때 ‘9시 25분’이라고 했다가 28일 조사 때 ‘9시 22분’으로 진술 변경)과 포술장의 2함대사령부 휴대전화 보고 시간(9시 26분), 백령도 해안소초의 TOD에 녹화된 시간과 병사의 진술(9시 23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해양경찰청이 사고 발생시간을 9시 15분으로 적시하는 등 서로 엇갈린 얘기를 하고 있어 군의 설명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사고 당일 가족과 통화를 하던 한 실종 장병이 9시 16분경 “비상이 걸렸다”며 갑자기 전화를 끊었고, 같은 시간에 또 다른 실종자의 휴대전화 문자 전송이 중단됐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폭발이 일어나기 몇 분 동안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국방부는 빈번한 사고 발생 시간 변경에 대해 해명자료에서 “군은 상황보고를 할 때 최초, 중간, 최종보고의 절차가 있다. 최초보고는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을 강조해 다소 오차가 있다”면서 “합동조사단의 집중 조사 결과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흡했던 초동대응을 군 당국이 숨기려 했다는 비판과 TOD 영상 편집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군이 사고 발생 시간까지 잇달아 변경하면서 “군이 뭔가 계속 숨기려 한다”는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게 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동영상 = 초계함 침몰 직후 포탑위 생존자 구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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