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초계함 침몰]의문의 폭발… 어뢰 맞았나, 기뢰 건드렸나, 암초 부딪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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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원인은
어뢰는 레이더에 쉽게 탐지
北공격 가능성 확실치 않아

백령도 인근에서 해군 초계함이 침몰한 사건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공격에 의한 침몰일 가능성이 적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도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어뢰 발사 또는 기뢰 설치에 의한 침몰일 경우와 암초 등과의 충돌이나 선체 내부 원인에 의한 폭발에 따른 사고일 경우를 제기했다.

○ 어뢰 또는 기뢰에 의한 공격 가능성

이춘근 이화여대 겸임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배의 후미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사고 선박이 어선이 아닌 군함이기 때문에 사고가 아니라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잠수함의 어뢰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잠수함이 한반도 동·서해에서 25척가량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어뢰 공격일 경우 자체에 스크루가 있어 전진할 때 소리가 나기 때문에 사전 탐지 가능성이 크고 북한 잠수함이나 함정이 근접해 조준해 쏴야 하기 때문에 아군의 레이더 등에 탐지됐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또 북한으로서도 잠수함이나 함정을 근접시켜 어뢰를 발사한 것은 매우 적극적인 도발행위로 전쟁 도발에 준하는 군사행위라는 점에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사전에 사고 해상에 기뢰를 부설했거나 북한 해역에 설치된 기뢰가 남측으로 떠내려 와 초계함과 충돌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기뢰는 물속의 지뢰라 할 수 있다. 적이 육상에 지뢰를 매설하는 것처럼 해상에 미리 부설해 놓고 간 뒤 아군의 배가 이를 접촉하면 폭발하게 된다. 지상을 달리던 전차가 대전차지뢰를 밟으면 폭발해 버리는 것처럼 거대한 함정도 기뢰와 접촉하면 배에 큰 구멍이 뚫려 침몰해 버린다.

기뢰에는 크게 접촉기뢰와 감응기뢰가 있다. 접촉기뢰는 배와 접촉했을 때 터지는 기뢰이고, 감응기뢰는 접촉하지 않아도 목표를 감지해 터짐으로써 배를 침몰시키는 기뢰다. 접촉기뢰는 외부의 충격을 받아 터지는 신관을 내장하고 있고 감응기뢰는 목표물을 인지한 뒤 스스로 터지는 신관을 포함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북측으로서는 조준을 해서 사격한 것이 아니라 깔아놓은 기뢰에 남측 함정이 스스로 접촉한 것이어서 사후에 공격에 따른 비난이 적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뢰는 현대 해전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이 원산상륙작전을 할 때 북한은 원산 앞바다에 사전에 기뢰를 깔아 대응했고 이 때문에 상륙작전이 지연됐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 훈련을 할 때마다 기뢰 부설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뢰 설치는 잠수함이 실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함택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떠다니는 기뢰에 부딪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엔진 폭발이나 암초 충돌일 수도

초계함이 공격이 아닌 사고로 침몰했다면 초계함 아래의 포탄 저장시설이 어떤 원인에 의해 폭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통상 초계함의 포탄 저장시설은 후미가 아니라 앞쪽에 있어 그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후미에는 보통 스크루를 돌리는 축이 있다”며 “이 부분의 고장이라면 초계함 바닥에 구멍이 뚫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저장된 포탄이 폭발했다면 위나 아래로 터졌을 것이기 때문에 바닥에만 구멍이 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류 탱크나 여기서 나온 유증기가 폭발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사고일 경우 암초 등에 부딪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초계함이 침몰한 지점이 우리 해군이 수없이 많이 다니는 길이고 작전을 수행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암초를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많다.

선체에 격벽이 있었는지도 관심사다. 격벽이 설치돼 있었다면 쉽게 침몰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1200t급 초계함에는 격벽이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동영상 = 합참 초계함 침몰 경위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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