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기자의 여기는 도쿄] 이승엽 단독인터뷰 “왕년 대통령 시절은 잊었다”

동아닷컴 입력 2010-03-25 21:20수정 2010-03-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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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멤버 전락한 이승엽의 남다른 시즌 각오
이승엽. 스포츠동아 DB
다카하시에 주전 밀려 대타요원
“과거 집착 안해… 기회 꼭 올 것”
“힘든상황 즐기려고 노력할게요”

요미우리 이승엽(34)은 머리를 짧게 깎았다. 26일 시작되는 시즌 개막전. 그러나 프로데뷔 16년(한국 9년·일본 7년)만에 가장 불안한 입지에서 출발한다.

그는 올시즌 개막전에 선발출장하지 못한다. 벤치에서 대타요원으로 대기해야하는 상황이다.

시범경기에서도 요미우리가 치른 16경기 중 4경기(1루수와 지명타자로 2경기씩)에만 선발출장했다. 이미 1루수는 요미우리 간판스타로 ‘미래의 요미우리 감독’으로 평가받는 다카하시 요시노부의 차지.

다카하시는 원래 외야수였으나 허리 부상에서 돌아와 하필이면 이승엽의 포지션인 1루수로 전환했다. 여기에다 우익수 가메이 요시유키도 다카하시가 빠질 경우 1루수를 맡는다. 센트럴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이승엽으로서는 선발출장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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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도쿄돔에서 훈련을 마친 그를 만났다. 그러나 암울한 상황과는 달리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걱정했던 것보다 표정은 밝았다.

-일본에 온 지 7년째다. 개막전에 선발출장하지 못하는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세월 참 빠르다. 주전으로 안 나가는 것도 알고 있어서 예년과는 마음이 다르다. 벤치에서 출발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2005년에는 시범경기에서 수비하다 펜스에 부딪쳐 부상으로 2군에서 시작한 것이니까.”

-개막전을 벤치에서 출발하는 것을 예상했나.
“캠프에서 감지했다. 기용하는 방법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는가. (주로 대타로 나섰지만)캠프 한 달 동안 보여주지 못했으니 내가 진 거다.”

-요미우리 상징적 인물인 다카하시가 1루수로 전환했다. 어차피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캠프에서부터 공정한 경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한다. 불만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다. 외국인이라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생각은 안 한다. 한 팀이고 한 가족이다.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왕년에 대통령이면 뭐하는가. 지금이 중요하다. 과거에 집착하면 나만 힘들다. 우리 팀에 외야수가 워낙 많다. 그래서 다카하시도 1루수로 온 것이다.”

-본인의 몸 상태나 타격 컨디션은 어떤가.
“몸 상태는 아주 좋다. 타격폼도 생각했던 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겨울부터 간결한 스윙을 하려고 준비했는데 잘 됐다.”

-대타면 컨디션 조절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딱 한 번 나갈 수 있고 거기서 성과를 내야한다. 아무래도 전문 대타요원을 해보지 않아서 그 점이 어렵다. 일본에 오고 나서 여러 가지를 해보네.(웃음) 어렵더라. 대타의 고충을 알겠더라. 한 번 못 치면 다음날까지 기다려야하고, 아니 다다음날이 될지도 모르고. 어쨌든 한 타석에 모든 승부를 걸겠다. 거기서도 못 하면 2군 가는 거고. 한 번 내려가면 올라오기 어렵지만.(웃음) 그건 내 권한이 아니니까. 우선 결과부터 내야 한다.”

-표정은 밝다. 겨울에 귀국해서 야구를 즐기겠다고 하더니.
“지금도 마찬가지다. 못 나간다고 인상 쓰고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몇 년간 즐겁게 못해 올해는 정말 마음 편하게 하고 싶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즐겁게. 물론 막상 시즌 들어가면 힘들기도 하겠지만….”

-해탈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웃음)모든 건 운명이다. 하늘에 맡겨야지. 시즌 마칠 때까지는 진로를 포함해 다른 생각 안하겠다. 어려움이 생겨도 이겨나가겠다. 기회가 올 때까지 나 스스로 준비가 돼 있어야하고,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분명히 기회는 올 것이다.”

도쿄(일본)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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