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남자농구, 너도 할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6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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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프로야구 LG-두산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이날 경기장에는 1만8000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바로 다음날인 1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삼성-KCC전의 입장 관중 수는 6616명.

야구는 넓은 야외구장에서 열리고, 농구는 이 보다는 작은 실내경기장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 경기의 관중 수 차이는 너무 커 보인다.

게다가 이날 LG-두산전은 27일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단지 팀 전력을 점검하는 차원의 시범경기였던데 비해 프로농구는 4강 진출 팀을 가리는 포스트 시즌의 '진검 승부'.

지난해 총 관중 수 500만 명을 돌파한 프로야구가 올해에는 600만 명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프로야구가 이처럼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야구가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평정했고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아시아 최강이었던 한국 남자농구는 최근 수년 간 국제대회에서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5위에 그쳤고 2008년에는 지역예선에서 탈락해 베이징 올림픽 본선 무대는 아예 밟아보지도 못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사상 최악의 성적인 7위에 머물렀다.

한국 남자농구가 이렇게 국제대회 성적이 저조했던 것은 '장신 군단' 중국 뿐 만 아니라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선수들을 이중 국적자로 대표팀에 받아들인 이란 레바논 등 중동 국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중동 국가들에게 뭇매를 얻어맞으며 그야말로 '공중증(恐中症)'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남자농구.

이렇게 되자 프로농구를 총괄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이 대한농구협회(KBA)와 손을 잡고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를 목표로 국가대표팀 전력 향상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KBL와 KBA는 최근 구성한 농구 국가대표팀협의회(국대협) 의장에 신동파 KBA 강화위원장, 부의장에 김동광 KBL 경기이사를 각각 선임했다.

앞으로 일정에 따르면 남자농구대표팀은 프로농구 시즌이 끝나는 4월 중순에 구성되며 이번 시즌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로 했다. 또한 NBA에서 명장을 모셔야 대표팀 기술고문을 맡길 계획.

이런 상황 속에 전육 KBL 총재는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한국 남자농구가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다고 해도 전 총재의 그저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는 너무 작아 보인다.

한국 남자농구는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낸 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 3개, 은 5개, 동메달 2개로 2002년까지 매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따라서 이번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의 목표는 더 크고 높게 잡았으면 한다.

메달 획득은 물론 중국과 중동 세를 완전히 제압하고 '공중증'을 털어버린다는 각오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밴쿠버올림픽에서 세계 빙상계를 깜짝 놀라게 했듯이….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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