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3 - 3’ 고난도 점프로 초반 기선제압… “역시 강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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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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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흉내못낼 ‘여왕 점프’세바퀴 돌자마자 또 세바퀴… 스승이 金 놓친 기술도 성공‘더블 3개 연결’후 승부갈려

‘경기할 때 가장 두렵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첫 포즈로 음악을 기다릴 때다.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두렵고 이 세상에 나 혼자인 것처럼 외롭다. 빙판 위에서 나는 혼자다.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밀려가 버리고 덩그러니 나만 남는다.’(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 중에서)

26일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의 선율이 흐르고 이에 맞춰 푸른색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김연아가 움직인다. 연기 시작 뒤 22초 만에 뛰는 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아사다 마오(20·일본)가 자랑하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9.5점)보다도 기본 점수가 0.5점 높은 여자 싱글 최고의 점프다. 김연아의 최대 무기이기도 한 이 연속 점프의 성공률은 높지 않다. 김연아가 이번 올림픽 전 올 시즌 3차례 참가한 대회의 프리스케이팅에서 이 점프를 깨끗하게 성공한 것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 때뿐이었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 얼음을 지치며 더한 속도를 그대로 왼발 바깥날에 실어 얼음을 찍어 누르며 힘차게 날아오른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착빙하자마자 다시 얼음을 찍고 또 한 번 날아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그리고 착빙. 깨끗한 성공이다.

빙판을 반대쪽으로 가로질러 경기장 오른쪽 끝으로 나아간다. 두 번째 점프도 만만치 않다. 오른발 날 끝으로 빙판을 찍어 누르며 왼발 안쪽 에지로 도약해 세 바퀴를 돈 뒤 오른발 바깥날로 착빙하는 트리플 플립. 김연아의 코치 브라이언 오서가 1988년 캘거리 올림픽 때 바로 이 점프에서 실수해 브라이언 보이타노에게 0.1점 차로 패하며 은메달에 그친 통한의 점프다. 김연아의 경우에도 올 시즌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133.95점의 여자 프리스케이팅 세계기록을 세울 당시 7차례의 점프 중 유일하게 성공하지 못했다.

김연아는 지난 시즌까지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로 뛰었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점프를 올 시즌부터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로 바꿨다. 트리플 플립을 단독 점프로 두 번째에 넣은 것도 이번 시즌부터. 그러나 프로그램을 바꾼 이후 이 첫 두 점프를 모두 깨끗하게 성공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강심장’ 김연아는 가장 중요한 무대인 올림픽에서 두 개의 점프를 깨끗이 성공시켰다. ∞자로 경기장을 크게 돌아 왼쪽 끝에서 세 번째 점프를 준비한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마지막 더블 루프(2회전)에서 회전력이 좀 떨어지긴 해도 성공이다.

사실상 이것으로 승부는 갈렸다. 이 세 점프에서만 김연아는 무려 5.2점의 가산점(수행점수)을 붙여 27점의 기술점수를 쓸어 담았다.

4분 9초의 연기가 끝났다. 7차례의 점프와 3번의 스핀, 1번씩의 스파이럴과 직선스텝에서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전광판에 기록이 뜬다. 기술점수 78.30점에 프로그램 구성점수(예술점수) 71.76점을 더해 150.06점. 쇼트프로그램 점수(78.50점)를 합쳐 228.56점. 더 오를 곳이 없다. 세계 최고 기록.

남자 싱글 선수로 3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했던 미국의 토드 엘드레지는 김연아의 연기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갖췄고 오늘 그가 가진 걸 다 보여줬다. 진정한 세계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연아의 엄청난 점수를 골프 대회에 비유해 “7언더파를 기록 중인 2명의 우승 경쟁자가 두 홀을 남겨둔 상태에서 먼저 12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격”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다시보기 = 김연아, 완벽한 연기…세계신기록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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