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진짜 같아” 체코인형극 ‘돈지오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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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2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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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인형극 ‘돈지오바니’.
체코인형극 ‘돈지오바니’.
두 개의 키워드가 있는 공연이다. 먼저 ‘마리오네트’. 초기 로마의 소극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마리오네트의 어원은 ‘성모 마리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르네상스 때부터 19세기에 걸쳐 유럽 각지에서 성행했다.

마리오네트는 인형극이다. 그 중에서도 줄로 매어 다루는 인형극을 가리킨다. 초기에는 인형 머리에 나뭇개비, 철사 따위를 붙여놓고 조종하는 투박한 수준이었지만 18~19세기에 줄을 사용하게 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특히 체코의 인형극은 300여년의 전통을 지녔으며 마리오네트를 주로 사용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돈 지오바니’.

‘돈 환’, ‘돈 조반니’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발음의 문제일 뿐 동일인을 지칭한다. 14세기 혹은 그 이전에 살았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모차르트는 이 ‘돈 환’이란 인물을 앞세워 자신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오페라 작품을 남겼으니 바로 ‘돈 조반니’. 이번에 한국-체코 수교20주년을 기념해 내한공연을 갖는 오리지널 체코인형극 ‘돈 지오바니’는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마리오네트 버전이다.
체코인형극 ‘돈지오바니’.
체코인형극 ‘돈지오바니’.

참고로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지만 ‘돈 조반니’는 프라하에서 초연해 체코와 인연이 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소형극장의 영화화면 같은 크기의 무대.

어린아이 크기(1미터 쯤 된다)의 인형들이 조명을 받기 시작하면 곧바로 무대 위에 모차르트 시대가 펼쳐진다.

인형극 속의 배우들은 처음에는 인형처럼 보이지만 얼마 안 가 생명이 있는 사람처럼 다가온다. 인형은 무대에서 사랑하고, 웃고, 떠들고, 고함을 치는가 하면 칼싸움, 발길질도 한다.
체코인형극 ‘돈지오바니’.
체코인형극 ‘돈지오바니’.

조종자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인형의 움직임과 함께 포착되어 더욱 흥미롭다. 인형들의 움직임은 정교하기 그지없다. 말을 할 때는 입술이 달싹일 정도이다.

무대에서는 실제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악보가 관객석으로 흩어지기도 한다. 인형이 목욕을 하다가 객석에 물을 뿌리는 애교도 부린다.

18세기 극장에 들어앉은 귀족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연. 인형극 ‘돈 지오바니’는 1991년부터 체코 국립극장에서 인형극 형태로 무대에 올려졌으며 3500여 회 공연하는 동안 64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초대박 작품이다.

인형극이라 해서 어린이용 작품으로 오인해서는 곤란하다. 성악가 대신 인형이 무대에 설 뿐 바탕은 모차르트의 오페라임을 잊지 말자. 체코어로 진행되지만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자막이 서비스된다.

3월17일~21일|호암아트홀|문의 02-338-3513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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