克韓 열광…中, 한국축구 꺾자 거국적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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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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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치욕 씻어” “중국팀 맞나”
신문은 ‘도배’… TV는 ‘흥분’
팬 “아들 이름 克韓으로 지어”

10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이 한국을 3-0으로 물리치자 중국의 주요 신문은 11일자 1면에 감격스럽게 부둥켜안는 중국 선수들의 사진과 기사를 실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10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이 한국을 3-0으로 물리치자 중국의 주요 신문은 11일자 1면에 감격스럽게 부둥켜안는 중국 선수들의 사진과 기사를 실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32년의 치욕을 하루아침에 씻었다.” “한국을 이긴 이 팀이 중국 팀이 맞습니까?”

중국이 A매치 경기에서 32년 만에 한국 팀을 물리치자 중국은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주요 신문은 11일자 1면에 감격으로 부둥켜안는 중국 선수들의 사진과 기사를 실었다. 주요 TV 뉴스 시간마다 승리 소식을 전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리는 듯했다. 주로 ‘무거운’ 기사를 가장 앞에 배치하는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은 ‘32년 공한증(恐韓症)을 극복했다’는 내용의 여러 기사를 초기 화면에 올렸다.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베이징(北京) 등 전국 곳곳에서 울려 퍼지던 폭죽 굉음도 경기가 진행되는 순간 멈췄다. 경기 종료를 알리자 태어나서 한 번도 한국 팀을 이긴 것을 보지 못한 청소년 축구팬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경기가 끝나자 주요 도시에는 혹한에도 많은 축구팬이 쏟아져 나와 폭죽을 터뜨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시에 사는 중(鍾)모 씨는 “애국심에 불타는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자)로서 중국 팀이 한국 팀을 이기면 아이 이름을 ‘커한(克韓·한국을 극복하다)’이라고 짓겠다”고 공언했다가 실제로 이날 경기 도중 부인이 아들을 낳자 커한으로 지었다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전했다.

웹 포털 써우후(搜狐)에는 중국 팀 감독과 하느님의 대화 형식으로 이날의 기쁨을 전했다. 중국 팀 감독이 과거 “언제 한국팀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언제일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이날 소식을 듣고 하나님이 스스로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는 것. 일부 누리꾼은 이날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은 중국중앙(CC)TV 때문에 역사적 순간을 볼 수 없었다”며 전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승리 기념으로 7일간을 휴일로 정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중국 팀 가오훙보(高洪波) 감독에 대해서는 “오직 10분만 기뻐했을 뿐 다음 홍콩 팀과의 경기에 대비하느라 마음이 무겁다. 한 번의 승리로 한국 팀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며 겸손하고 냉정한 자세를 유지했다고 극찬했다. 가오 감독과 골을 넣은 3명의 선수는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징화(京華)시보는 같은 날 중국 여자축구 팀이 한국 팀을 이긴 것을 두고 ‘공중증(恐中症)’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요즘 중국 축구계가 국내 리그전 운영과 관련해 승부조작과 뇌물 등의 비리로 축구협회 지도부가 대거 체포되는 등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 이날 승리가 중국 축구의 자정과 발전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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