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트르 성 바오로 수도회 수녀 종신서원 미사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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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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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태웁니다” 촛불 입장
‘평생 헌신’ 준비에만 9년

2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종신서원을 청하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도회 수녀들. 12명의 수녀는 이날 “주님과 하나 되어 평생토록 정결, 가난, 순명의 삶을 살겠다”고 맹세했다. 김미옥 기자
2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무릎을 꿇고 종신서원을 청하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도회 수녀들. 12명의 수녀는 이날 “주님과 하나 되어 평생토록 정결, 가난, 순명의 삶을 살겠다”고 맹세했다. 김미옥 기자
“종신 서원으로 하느님께 완전히 봉헌되기를 원합니까?”

“네, 원합니다.”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 황인국 몬시뇰은 7가지 질문을 던졌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 수녀회의 규칙준수, 정결한 몸가짐 등이었다. 이 제르트루다 수녀를 비롯한 12명의 수녀는 모두 미소를 띤 얼굴로 힘차게 “네”라고 대답했다.

2일 오후 2시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는 샬트르 성 바오로 수도회 수녀들의 종신 서원 미사가 열렸다. 성당 안에는 천주교 신자, 수녀들의 가족, 사제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이들을 축복했다. 수도회는 1696년 프랑스에서 설립됐으며 1888년 한국에 진출한 최초의 수도회이다. 이 수도회가 종신 서원 미사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녀들은 성가 ‘행복합니다’를 부르며 촛불을 들고 입장했다. 자신을 태우는 촛불처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회봉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의미다. 7가지 질문에 답한 수녀들은 연단 앞 돌계단에 무릎을 꿇고 다시 서원문을 낭독했다. 이어 예수의 몸을 뜻하는 성체와 피를 의미하는 성혈(포도주)을 받았다. 황 몬시뇰은 “이제 하느님의 손이 되기로 약속한 12명의 수녀를 세상에 파견해 물질주의에 빠진 세상을 구원하라”며 장엄 축복을 내렸다. 수녀들과 가족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서원을 마친 조 루치아 수녀는 “감동적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 체칠리아 수녀는 “하느님과 일치하는 기분이 들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최 엘리사벳 수녀의 아버지 최기성 씨는 “힘들게 가르치고 키웠는데 수녀로서 종신 서원을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종신 서원 뒤에도 수녀들은 가족의 경조사에 휴가를 받아 참석할 수 있다. 12명의 수녀들은 이날 종신 서원을 위해 9년을 준비했다. 수도회에 입회해 인간적 성숙과정인 지원기 1년, 교의적 지식을 공부하는 청원기 1년, 수도 생활에 본격 입문하는 수련기 2년, 유기(有期)서원기 5년을 거쳤다.

현재 샬트르 성 바오로 수도회는 서울관구에만 528명이 수행하고 있다. 수도회는 계성여고, 가톨릭성모병원 등에서 교육, 사회봉사, 해외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유재연 인턴기자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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