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손은 세상과 소통하는 문… 소중히 보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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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80여명 연희창작촌 모여
핸드프린팅 하고 문구도 남겨

“말하는 것보다 쓰는 것으로 세상에 참여하고 관계해온 우리들이기에 두 손을 누르면서 전류 같은 것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이 손으로 무엇을 써왔는지 돌이켜보게 됐습니다.”(시인 김남조 씨)

2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엔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여러 문인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김남조 구중서 현길언 김주연 정과리 박범신 구효서 윤대녕 천운영 나희덕 하성란 박성원 정끝별 김경주 씨 등 문인 80여 명은 새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준비된 도판에 손을 찍은 뒤 남기고 싶은 문장을 적었다.

연희문학창작촌은 지난해 말 문을 연 도심 속의 문학창작공간으로,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현재 소설가 은희경 권지예 씨, 시인 신달자 이시영 씨 등 19명의 문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작가들의 손의 모습을 보존해 독자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기획했다. 수집한 작가들의 핸드프린팅은 창작촌 입구에 조형물로 세울 예정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의 촌장 겸 운영위원장인 소설가 박범신 씨는 “작가나 시인들이야말로 손이 귀한 사람들”이라며 “작가들 손에는 상상력이 있는 만큼, 창조적 상상력이 빅뱅으로 터졌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운영위원회 전문위원인 박형준 시인은 “박범신 선생께서 일전에 ‘작가의 손 안에 우주가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작가들의 손을 보관하는 것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우주를 보관하자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도판에 써넣은 문구들도 흥미로웠다. 김광규 시인은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시간의 부드러운 손’, 박형준 시인은 ‘아그배처럼 살자’, 문태준 시인은 ‘두 손 뜨겁게 시를 적다’라고 썼다. 김 시인은 자신의 문구에 대해 “손이라는 것은 뭔가를 가지는 것인데 나는 그러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간은 부드럽게 쓴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유재연 인턴기자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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