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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명암 엇갈린 2명의 스티브

입력 2009-12-31 03:00업데이트 2009-12-3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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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잡스, 최고 CEO 꼽혀… MS의 발머, 100위에도 못들어윤종용 삼성전자 고문 2위-정몽구 현대차 회장 29위■ HBR 세계 1999명 평가
스티브 발머와 스티브 잡스.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이끄는 두 최고경영자(CEO)가 연말에 극과 극의 평가를 받았다. 한 스티브는 ‘지난 10년간 최고의 CEO’로 칭송받고 있지만 다른 스티브는 아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신세가 됐다.

이는 금융위기로 시작된 2009년이 저물면서 CEO를 평가하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회사의 규모나 개인의 유명도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기업을 장기적으로 발전시킨 ‘실력’으로 CEO를 평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두 ‘스티브’에 대한 다른 평가


애플의 잡스는 이견 없이 ‘최고의 CEO’로 꼽힌다. 자신이 세웠던 회사 애플에서 1985년 쫓겨난 뒤 1997년 거의 망가져 가던 애플에 복귀했다. 지금까지 12년의 재임 기간에 애플의 시가총액을 1500억 달러(약 175조 원)가량 늘렸다. 같은 기간 애플의 주가는 40배 이상 올랐다.

반면 MS의 발머는 2000년 빌 게이츠의 뒤를 이어 MS의 CEO에 오른 뒤 별다른 성과가 없다. 실적이 말해준다. MS는 아직도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크게 앞서지만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애플의 주가가 40배 오르는 동안 MS의 주가는 겨우 세 배 올랐다.

세계 최고 권위의 경영저널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2010년 1월호에서 전 세계 CEO 1999명을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HBR는 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를 공개했는데 발머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1위는 잡스였다.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의 최근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발머가 MS의 CEO가 된 2000년 이후 두 회사의 행보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를 선보인 뒤 시장 1위가 됐다. 2003년 ‘아이튠스’라는 디지털 음악 가게를 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악을 파는 회사가 됐다. 2007년에는 아이폰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익이 남는 휴대전화도 만들었다.

반면 MS는 멈춰 있었다. 1990년대 MS는 ‘윈도 운영체제(OS)’와 ‘MS오피스’ 등을 내세워 세계 최고 회사로 꼽혔지만 21세기는 아니었다. 2001년 야심 차게 내놓은 X박스 게임기는 소니와 닌텐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새로 선보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가운데 세계 1위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미디어 플레이어’, ‘MSN 메신저’ 등을 윈도 OS에 끼워 판다는 비판만 받았다.

○ 어떤 CEO가 필요한가

HBR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CEO의 리더십이나 카리스마 등의 항목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실적으로만 CEO를 평가했다. 그러자 HBR가 ‘숨어있는 보석’이라고 표현한 CEO들이 드러났다.

2000∼2008년 삼성전자를 이끈 윤종용 고문이 잡스에 이어 2위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닛산의 카를로스 곤 등 유명 CEO를 제치고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도 29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모튼 핸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HBR 블로그에서 “표지모델로 자주 등장하거나 단기 성과를 포장하는 CEO 대신 정말 기업을 발전시키는, 능력 있는 CEO가 누구인지 살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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