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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기자의 눈/김상훈]인터넷 세상에 만리장성 헛쌓고 있는 중국정부

입력 2009-12-31 03:00업데이트 2009-12-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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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으로 돌아와 습관처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블로그 ‘티스토리’에 접속했다. 페이지가 열리지 않았다. 아내가 아기 사진을 올려놓는 블로그였다. 통신이 끊겼나 싶어 다른 서비스를 살폈다. 다 잘되고 있었다. 궁금해서 ‘트위터’에 접속해 이유를 물어보려 했다. 접속 불가였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이것이 ‘인터넷 만리장성(the Great Firewall)’이었다.

인터넷 만리장성이란 중국의 명물인 만리장성(the Great Wall)과 컴퓨터 보안을 위해 설치하는 보안프로그램인 방화벽(Firewall)의 합성어다. ‘황금방패계획(金盾工程)’이란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서양인들이 비꼬려고 만든 표현이다.

그동안 얘기는 들었지만 황금방패계획이 실행된 2006년 이후 중국에 가지 않아 심각함을 느끼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분리주의를 조장하며 음란물 등 미풍양속을 해치는 서비스를 검열해 차단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출장지에서 아기 사진을 보려던 아빠의 마음이 검열 때문에 차단되자 기분이 언짢았다.

바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가상사설망(vpn)이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인터넷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다고 나왔다.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설치하는 데 채 5분도 안 걸렸다. 바로 티스토리와 트위터에 접속할 수 있었다.

2004년 중국에 출장 왔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는 상하이였고 이번엔 베이징이었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특히 정보기술(IT) 인프라의 발전이 눈에 띄었다. 호텔에선 무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됐고 도시 곳곳에 무료로 이용 가능한 무선인터넷(WiFi) 사용지역이 널려 있었다. 하지만 인프라는 뛰어난 데 이를 이용하는 방식은 구시대적이 아닌가 싶었다.

인터넷엔 국경이 없다.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술적 방법도 제한적이다. 기자가 5분 만에 정보를 검색한 뒤 별 무리 없이 인터넷 만리장성을 뛰어넘은 게 이를 증명한다. 실제로 수많은 중국 누리꾼들이 기자와 비슷한 방법으로 우회적으로 해외 서비스에 접속한다고 했다. 그 덕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정보 차단에 대한 중국 누리꾼들의 불만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중국의 성장 속도는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국 기업인들의 표현대로 속도가 두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 뒤에선 이런 식의 불만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대나무는 힘을 주면 휘어지지만 힘을 더 주면 어느 순간 튀어 올라 팔을 때리거나 부러져 버리고 만다. 놀라운 성장 뒤편에 숨어 있는 불안 요인을 하나 본 느낌이었다. ―베이징에서

김상훈 산업부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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