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사람이 인터넷을 돕는 시대

동아일보 입력 2009-12-15 03:00수정 2010-05-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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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납니다. 사물에 초점도 맞추지 못하고 눈만 껌벅대던 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물체를 인식하고, 소리에 반응하고, 낯익은 얼굴들을 가려내기 시작합니다. 뇌세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고, 세포 사이의 연결은 수많은 자극을 분별해 ‘엄마’와 ‘아빠’를 판단하고, ‘먹을 것’과 ‘먹어선 안 될 것’을 깨닫게 합니다. 자라면서 아이가 어른이 되고, ‘올바른 일’과 ‘그릇된 일’을 배우고, ‘효율적인 일’과 ‘멍청한 행동’을 구별합니다.

40년 전 인터넷이 태어났습니다. 멀리 떨어진 두 컴퓨터를 구리선으로 연결했는데 ‘login’이란 글자조차 제대로 다 보내지 못하고 ‘lo’에서 통신이 두절됐습니다. 간신히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것조차 버거워했던 인터넷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도 담고, 동영상도 담게 됩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휴대전화와 가전제품까지 연결됩니다. 이런 연결이 늘어나면서 수많은 정보를 ‘어디의 사진’인지 ‘언제 촬영된 동영상’인지 ‘무엇을 다루는 뉴스’인지 판단하는 기술도 발전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실시간 교통정보도 담기고 뉴스에는 사람들의 댓글도 따라옵니다. 이제 인터넷은 ‘덜 막히는 길’을 판단하게 됐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뉴스’를 깨닫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와 인터넷은 굉장히 비슷합니다. 뇌의 세포와 세포를 연결해 주는 시냅스라는 신경물질 전달체계는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를 잇는 광통신망과 같은 일을 합니다. 우리는 시각적 자극을 받으면 뇌의 특정 부위에서 그 자극을 분석해 색을 판별하고 형태를 파악해 어떤 물체인지 판단합니다. 인터넷에서도 사람이 찍어 블로그에 올린 휴대전화 사진(시각 자극)을 검색엔진(뇌의 특정 부위)이 색과 형태까지 파악해 비슷한 물체를 정렬해서 결과를 보여줍니다.

그동안 사람과 인터넷의 가장 큰 차이는 ‘육체’였습니다. 실제 현실을 감각으로 느끼는 육체라는 기관이 사람에겐 있었고 인터넷엔 없었죠.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을 TV에 이은 또 다른 ‘바보상자’로 취급해 왔습니다. 사람이 도서관의 책을 정보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고 이를 검색엔진으로 찾아내지 않는다면 인터넷은 ‘깡통’일 뿐이라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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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세요. 우리가 인터넷의 육체이고 컴퓨터는 인터넷의 뇌세포라면 어떨까요? 우리 대다수가 지금도 열심히 인터넷에 글을 쓰고 사진과 동영상, 음악을 올립니다. 심지어 친한 친구가 누구누구인지, 은행 계좌에 얼마가 들어있고 어디에 돈을 쓰는지도 모두 인터넷에 올려뒀습니다. 인간은 이미 인터넷의 감각기관이 돼 세상의 자극을 인터넷에 전달하고 있는 셈입니다. 개별 컴퓨터는 이를 인터넷으로 올리는 통로일 뿐이고 구글이나 빙(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같은 검색엔진들은 전두엽이나 후두엽처럼 인터넷이란 거대한 두뇌의 몇몇 중요한 부위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터넷이 사람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사람이 인터넷의 성장을 돕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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