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인에 사죄할 역사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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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정부 막후실세’ 오자와 국민대 특강

“재일동포 지방 참정권, 내년 정부법안 제출될 듯
日 관료들 학교성적 최고지만 평이 나쁜 것도 그 사람들
김치 있으면 밥 몇공기 거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일본 민주당 간사장은 12일 “일본과 일본 국민으로서 (한국인에게)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될 역사적 사실이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구 국민대에서 열린 초청 특강에서 이같이 밝힌 뒤 “그러나 과거사만 말하고 생각하면 미래 한일관계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며 양국 간 긴밀한 협력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민당의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당수(소비자담당상)는 13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답습한 것으로 적절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재일동포 지방선거 참정권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자세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내각도 같은 생각일 것이기 때문에 내년 국회에서는 현실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날 특강은 일본 정부 막후 실세로서의 자신감을 유감없이 표출한 자리였다. 강연과 질의응답 2시간 동안 오자와 간사장의 몸가짐은 조심스러웠지만 의사표현은 자유로웠다.

그는 “일본인은 자립심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일본 관료에 대한 평가도 인색했다. 그는 리더십과 공부의 관계를 말하다 “학교 성적만으로는 도쿄 가스미가세키(霞が關) 중앙관료들이 최고일 것이다. 그러나 평이 나쁜 것도 그쪽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니트’(NEET·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족 대책을 묻자 그는 일본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전제하면서도 “공부에도, 일에도 생각이 없는 사람을 키워낸 부모의 잘못”이라고 한마디로 일갈했다. 팔짱을 끼고 굳은 얼굴을 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나온다는 질문에는 “지지자들은 항상 웃으라고 하지만 24시간 웃기만 하면 바보”라며 “형식적인 토의는 지루해서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매스컴이 나를 싫어하니까 그런 장면만 내보낸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학과 공부보다는 사회과학 서적 읽기에 열중하느라 성적은 형편없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2년 유급을 해 동기들보다 대학에 늦게 들어갔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 셋을 둔 그는 자신의 선거구를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김치만 있으면 밥을 몇 공기라도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또 이날 서울시내 호텔에서 수행기자들에게 일왕의 방한 문제에 대해 “한국 국민이 환영해준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일왕 방한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외교당국자들의 분석이다.

개인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오자와 간사장은 수행원 3명만 동행했고 렌터카 승합차를 타고 다녔다. 주한 일본대사관에도 마중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이날 일본 언론은 아사히신문과 NHK 등 12개 언론사 기자 30여 명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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