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실 “내가 악역을 사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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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5일 07시 00분


이경실은 후배 개그맨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배 중 한 명이다.

세상에 무서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박명수도 그녀 앞에서는 쩔쩔맬 정도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늘 방송에서 후배 출연자들을 구박하고 호통을 치지만 그녀가 출연하면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률에 날개를 단다. 이경실이 고정으로 출연 중인 MBC ‘세바퀴’는 토요일 예능의 정상에 올랐고, 그녀가 게스트로 출연한 SBS ‘패밀리가 떴다’는 오랜만에 시청률이 상승했다.

‘세바퀴’ ‘하땅사’ 등 이경실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PD들은 무엇보다 남다른 그녀의 ‘감’을 높이 산다. ‘세바퀴’ PD는 “누구도 이경실에게 악역을 맡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악역을 자처해 예능을 살릴 줄 아는 인물이다. 어느 순간에 상대에게 싫은 말을 해야 하는지 타이밍을 알고, 다른 사람의 개그에 조미료를 더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캐릭터로만 보면 자칫 그녀를 무섭기만 한 사람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경실은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그녀는 시청률이 저조한 MBC 개그 프로그램 ‘하땅사’의 진행을 맡아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격려 문자를 보내며 사기를 북돋고 있다.

얼마 전 이경실은 후배 김신영과 주고받은 문자를 기자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김신영은 수시로 선배 이경실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개그와 인생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방송에서는 함부로 쳐다보기도 부담스런 무서운 선배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인생의 멘토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이경실은 특유의 솔직함으로 “내가 착한 역할을 맡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착한 사람으로 생각해 주는 것은 아니다. 솔직하고 화통한, 가식 없는 ‘악역’으로 누군가를 돋보이게 할 수 있고, 나도 함께 돋보인다면 예능에서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종 시청자에게 ‘너무 한다’고 욕을 먹으면서도 이경실이 자신과 동료들을 위해 못된 군기 반장을 자처하는 이유다.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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