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생각, 인터넷 타고 세계로

동아일보 입력 2009-12-01 03:00수정 2009-12-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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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한옥… 창작 판소리… 인형속 청진기…
‘아이디어 공유’ TEDx 서울행사… 연사 11명 독특한 발상-새로운 해석 전파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는 비영리 콘퍼런스 ‘TEDx서울’이 지난달 28일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의사 정혜진 김승범, 마술사 이은결, 건축가 황두진, 국악인 이자람 씨. 사진 제공 문영두 씨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집이 있다. 현대식 한옥이다. 한옥은 현대식 생활습관에 맞지 않고 단열이 잘 안 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현대식 한옥에선 이런 불편함을 크게 개선했다. 서양의 건축기술과 한옥의 전통을 결합한 덕분이다.

건축가 황두진 씨는 자신의 작업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에서 한옥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작품 대부분이 작업실에서 반경 2km 일대에 있어서 ‘동네 건축가’란 별명도 얻었다. 그는 “건축가의 명성은 작업실과 자신의 건축물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고 했지만 실제는 이런 공식과 정반대의 작업을 해 온 셈이다.

황 씨는 동네를 떠날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의 건축에 대한 독특한 생각은 곧 영어로 번역돼 인터넷을 타고 세계에 알려질 예정이다. 그의 작업이 지난달 28일 열린 ‘TEDx서울’에 소개됐기 때문이다.


○ 한국의 생각을 세계와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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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여한 약 300명의 청중이 강연을 듣고 있다. 이날 진행된 강연 내용은 ‘TEDx서울’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세계에 소개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문영두 씨

1984년 미국의 공학도와 예술가, 디자이너들은 ‘TED’라는 작은 포럼을 만들었다. 공학(Technology) 예술(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이 행사가 커지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참여했다. 이른바 TED콘퍼런스의 시작이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소설가 알랭 드 보통 같은 명사가 참여해 자신들의 강연을 무료로 세계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비상업적, 비정치적, 비종교적이란 원칙 외에는 제한이 없다. TEDx는 TED의 라이선스를 얻어 세계 각지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독립행사다.

‘TEDx서울’ 행사에는 건축가 황 씨 외에도 10명의 연사가 더 참석했다. 첫 순서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제너럴닥터’라는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승범 정혜진 씨. 두 사람은 “동네 의원은 원래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병원의 모습을 보여줬다. 청진기를 봉제인형에 넣어 아이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병원에서 커피를 팔고 전시회도 열어 굳이 환자가 아니라도 언제나 들를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병원에 갈 정도’라고 생각지 않았던 몸의 변화에 대해 의사와 얘기를 나눌 기회를 줬다.

마술사 이은결 씨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스케치북에 새를 그리자 앵무새가 뛰쳐나왔고, 두 손으로 한 ‘그림자 연극’을 통해 아프리카의 자연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마술보다 그가 전한 자신의 이야기에 박수를 보냈다. 시골마을의 평범한 어린이가 마술에 매료돼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얘기였다. 이 씨는 “마술은 사기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포기를 ‘가능하다’는 희망으로 바꿔주는 예술”이라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마지막에 등장한 국악인 이자람 씨의 무대는 이날 행사의 백미였다. 한때 ‘내 이름은 예솔이’라는 노래를 부르던 어린이 가수였던 이 씨는 판소리를 전공했다. 그는 “판소리는 원래 연극이고 음악이고 이야기이며 무용”이라며 “매년 조금씩 살이 붙어 변하던 판소리가 어느새 ‘전통’이란 틀에 갇혀 대본을 암기해 불러야만 하는 ‘죽은 예술’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새로운 해석을 직접 보여줬다. 그의 창작 판소리 ‘사천가’는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사천의 선인’을 한국의 사회현실 풍자와 무용, 가락을 섞어 종합예술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 생각을 나누는 새로운 방법

이날 콘퍼런스의 내용은 고화질(HD) 카메라 3대로 녹화됐다. 주최 측은 현장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행사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했다. 이들은 강연에 영문 자막을 달고 편집을 다시 해서 보기 좋게 만든 뒤 TEDx서울 홈페이지(www.tedxseoul.com)와 유튜브에 올리기로 했다.

강연 사이 휴식 시간에는 무대 위 스크린에 TEDx서울에 대한 트위터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현장의 참가자들은 물론 집에서 인터넷으로 행사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계속해서 강연자와 청중들에게 전달됐다.

마지막 쉬는 시간, 주최 측은 정오부터 시작된 행사에 참석하느라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참가자들을 위해 초콜릿을 돌렸다. 작은 쪽지와 함께. 쪽지에는 문법은 다소 어색하지만 그래서 인상적인 표현이 적혀 있었다. “계시는 동안 가치 있는 아이디어 하나라도 얻어 가신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보다 아름다워졌습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TEDx:

TED는 1984년 미국의 공학도와 예술가, 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작은 포럼에서 시작된 비영리 콘퍼런스다. 공학(Technology), 예술(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첫 글자를 땄다. 비상업적 비정치적 비종교적이라는 TED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각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독립행사가 TED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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