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덕진-완산갑
무소속 연대 공식화… ‘애정半 실망半’
대선 후보였지만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정 전 장관에 대해서는 애증이 엇갈리는 듯했다. 인후동 모래내 시장에서 만난 임모 씨(62·사업)는 “능력도 있고 지명도도 있는 사람이 뭐가 급하다고 집을 뛰쳐나가서(탈당) 저 고생인지…”라며 “지지 후보는 딱히 없지만 정동영은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천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작은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박금순 씨(69·여)는 “가슴이 짠하다”며 “정동영 말처럼 정동영이 혼자 잘못해서 대선에서 민주당이 진 것도 아니고…. 잘 돌아왔어. 고향서 안 밀어주면 말이 안 되지”라고 말했다.
이날 한나라당 덕진 전희재, 완산갑 태기표 후보는 전주 풍남동3가의 유적지인 경기전과 한옥마을 등을 돌면서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주=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인천 부평을
“의원이 어떻게 대우를 살리나” 싸늘
19일 인천 부평구 영아다방 네거리. 전날에 이어 이날도 부평을 선거구의 중심인 이곳에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부평을은 ‘경제 회생’을 앞세운 여당과 ‘정권 심판’을 내건 민주당이 정면승부를 하는 곳이다. 박희태 대표는 이틀 연속 부평을 찾았다. 박 대표는 연이은 강행군으로 목이 쉬고 갈라졌다. 전날 갈산역 네거리 유세에서는 한동안 차에서 나오지 못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는 이날도 홍준표 원내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인근 골목을 누비며 이재훈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투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홍 원내대표는 이 후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M대우자동차는 한나라당이 책임지고 정상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손 전 대표의 ‘깜짝 귀환’까지 연출했다. 손 전 대표는 산곡동 성당 앞길과 영아다방 네거리 시장통을 돌며 홍영표 후보에 대한 한 표를 호소했다. 이날 부평에는 정세균 대표와 함께 한명숙 전 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이 많이 동원됐다. 하지만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손 전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전날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지원 유세를 할 때는 여고생들이 “나 저 사람 알아”하며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청천동에 사는 조정금 씨(51)는 “미국 본사가 망하는 판인데 국회의원이 어떻게 GM대우를 살리느냐”며 “우리도 알 만큼 안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정세균 대표와 막 악수를 하고 돌아선 강모 씨(42)는 “(재·보선에) 관심 없다. 누가 돼도 똑같다”며 짜증을 냈다.
인천=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경북 경주
“미워도 다시 한나라” “믿을 건 박근혜뿐”
‘여(與) 대 여(與)’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경주는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는 후보 간 경쟁이 뜨거웠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의 도심 이전과 고도제한 완화, KTX역 유치, 문화재 재건 등 낙후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넣는 일이 가장 큰 현안이다.
이곳에선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정종복 전 의원과 친박(親朴·친박근혜) 성향의 무소속 정수성 예비역 육군대장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내가 진정 경주를 살릴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방법은 달랐다. 정 전 의원은 정부와 당을 내세운 반면 정 전 장군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앞세웠다.
18일 경주 최대 축제가 열린 황성공원에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이 지원에 나섰다. 유세에 나선 정몽준 최고위원은 “다 함께 힘을 모아 경주 발전을 책임지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전 의원은 마이크를 잡는 대신 유세차에서 내려와 시민을 향해 큰절을 했다.
정 전 대장은 선거 슬로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경주 개혁, 박근혜와 정수성이 완성하겠습니다’를 내세웠다. 그는 19일 경주 25개 읍면동 가운데 유권자가 가장 많은 안강읍의 5일장을 찾아 “박 전 대표와 정수성은 경주 발전의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경주의 민심은 크게 엇갈리는 듯했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이 승기(勝機)를 잡았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선 누구도 쉽게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어 보였다.
택시운전사 최혁수 씨(55)는 “경주를 살리려면 정종복밖에 대안이 없지 않습니꺼. ‘미워도 다시 한번’ 아이겠능교”라고 말했다. 성동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윤종식 씨(35)는 “여권이 힘이 있다고 경주에 온기가 돌진 않지예. 믿을 것은 박근혜 전 대표뿐입니더”라고 말했다.
친이-친박 대리전을 치르는 듯한 선거에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택시운전사 서민호 씨(40)는 “시민들이 겪는 고통은 말도 못하는데 한나라당은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습니더”라고 꼬집었다.
■ 울산 북
“노조, 예전과 달리 후보 지지없이 조용”
울산 북은 근로자들이 밀집해 있어 노동계의 영향력이 큰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 현재 판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단일화가 판세의 가장 큰 변수인 셈이다. 18일 오전 11시 울산 북구의 신시가지 농소동에서는 박대동 후보를 돕는 정몽준 의원의 선거 운동이 한창이었다. 이곳에 며칠째 상주하고 있는 정 의원은 옆에 있는 박 후보를 ‘경제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이를 지켜보던 주부 정영숙 씨(41)는 “여기서 한나라당은 별로 인기 없지만 정몽준 씨 영향력은 무시 못합니더”라고 말했다. 이영규 씨(53·약국 운영)도 “여기 사람들은 박대동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진보진영 단일화 실패로 한나라당이 주워 먹을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후 양정동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후보 단일화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 15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다는 이재학 씨(36)는 “예전 같으면 노조에서 누구 지지하자고 하면서 조직별로 분위기를 띄울 텐데 지금은 지지 후보도 안 정했고 조직도 조용하다”며 “이렇게 가면 한나라당이 될 것 같은데 막판에는 어떻게 되지 않겠느냐”고 후보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천희 씨(46)는 “처음부터 (단일화가) 안 될 거라는 얘기가 많았어요. 양보하면 경쟁력이 뒤처져서 밀렸다고 할 텐데 누가 물러나겠능교”라고 말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현대자동차 근로자들이 많이 사는 양정동과 염포동의 아파트단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가장 큰 표밭인 이곳에는 ‘노동자 후보’를 자처하는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오후 3시 조승수 후보 사무실에서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민노당에 단일화를 거듭 촉구했다. 회견 후 그는 초조한 듯 줄담배를 피우며 “단일화를 못하면 공멸이다”고 말했다. 울산 토박이라는 강경준 씨(66·재봉사)는 “한나라당은 여당으로서의 힘이 있고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노동자들이 있으니까 아직 가늠하기가 어렵십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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