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자 맨유 쫓는 자 첼시…다시 불붙는 트레블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1일 02시 56분



정규리그, 맨유 주춤하는 새 첼시 턱밑추격
챔스리그 - FA컵서도 양팀 우승 향해 진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아브람 그란트 감독을 경질했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내준 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올 시즌엔 ‘우승 청부사’로 영입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마저 시즌 중 해임했다. 첼시의 갑작스러운 부진도 문제였지만 상대적으로 올 시즌 잘나가는 맨유에 대한 질투의 의미가 컸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빛을 본 것일까. 맨유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한 것일까. 첼시가 달라졌다. 얼마 전만 해도 실망스러운 경기로 시즌 무관 전망까지 나돌던 첼시는 10일 현재 맨유와 트레블을 놓고 경쟁 중이다. 첼시는 정규리그에서 맨유보다 1경기를 더하긴 했지만 승점 4점 차 3위에 올라 있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선 강호 리버풀을 3-1로 꺾고 준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FA컵에서도 맨유와 나란히 준결승에 올랐다. 첼시에 온 뒤 또 한번 ‘매직’을 펼치고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은 “팀을 이제 완전히 파악했다. 다양한 전술로 트레블에 도전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프랭크 램퍼드, 마이클 에시엔 등 주축 선수들도 자신감을 회복했다.
첼시의 트레블 야망을 여물게 한 데는 맨유의 최근 부진이 맞물려 있다. 맨유는 리그 11연승을 질주하다 리버풀, 풀럼에 2연패했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 FC 포르투와의 홈경기에선 2-2로 비기며 수비에 허점을 드러냈다. 맨유의 부진은 클럽 월드컵 참가 등으로 다른 팀보다 경기를 더 치른 살인적인 일정이 이유로 꼽힌다. 시즌 초부터 이어진 다관왕 달성 기대에 대한 선수들의 부담도 컸다. 13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던 철벽 수비진은 최근 5경기에서 10실점 하며 무너졌다.
첼시가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지만 맨유 역시 트레블을 쉽게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맨유는 6일 애스턴 빌라와의 리그 경기에서 3-2 역전승을 거두며 저력을 보여줬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맨유는 정규리그에선 2위 리버풀에, 챔피언스리그에선 첼시에 견제를 당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맨유는 선수층이 두껍고 노련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고 있다. 트레블 전쟁의 최후 승자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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