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탄생 200주년… 모스크바가 들썩

입력 2009-03-18 03:00수정 2009-09-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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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문학의 대가… 러 국민문학 아버지로

생가는 박물관으로 개조… 문학 재조명 활발

제정러시아 달력 기준으로 3월 20일(지금은 4월 1일)은 ‘죽은 혼’ ‘외투’ ‘검찰관’ 등의 명작을 남긴 러시아 소설가 니콜라이 고골(사진)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러시아 문학사에서 고골은 국민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렉산드르 푸시킨과 ‘죄와 벌’의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문학은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고골이 살던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집을 박물관으로 바꾸고 있다. 모스크바 거리는 봄 축제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와 플래카드에 고골의 탄생을 기리는 말을 넣어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고골이 태어난 우크라이나와, 체류했던 이탈리아도 탄생일을 기념하는 영화 시사회와 음악회, 연극 등을 통해 그의 문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탄생 기념일을 4일 앞둔 16일 고골이 살던 집을 찾아가 보니 공사 중이라 먼지가 많이 날리는 데도 방문객이 많았다. 이들은 “고골이 남긴 원고지와 유품을 하루라도 먼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골에 열광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연극배우라고 밝힌 세르게이 유르스키 씨는 “고골의 괴상한 문체가 부조리한 일상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문학 평론가를 꿈꾼다는 류드밀라 씨는 고골이 살던 1층 방안을 둘러본 뒤 “고골의 생애와 그의 작품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고 싶다”고 했다.

고골이 ‘부조리 문학의 대가, 환상적 사실주의 작가, 자연파 소설가’라는 여러 갈래의 이름으로 불린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의 독특한 문체와 작품 세계는 지금도 수많은 논쟁을 낳고 있다. 예술계 인사들은 “소련 붕괴 이후 걸출한 문제작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그에 대한 논쟁이 문학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19세기 고골 작품과 지금의 현실을 비교해 보고 새삼 놀라는 사람도 늘고 있다.

블라디미르 예리스타토프 국립 모스크바대 교수는 “죽은 농노의 명부(일종의 호적)를 사들여 은행에서 대출을 받다가 망한 소설 ‘죽은 혼’의 주인공 치치코프야말로 실체보다 부풀려 대출을 해 준 지금 미국 파생상품의 아버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소설가 아나톨리 코롤레프 씨는 “고골이 ‘죽은 혼’을 집필한 뒤 원고지를 불태웠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지만, 그의 치열한 작가 정신은 후세에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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