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두 아버지의 절규… 29일 개봉 ‘레저베이션 로드’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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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내고 도망친… 그 사고에 아들을 잃은…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결단의 순간은 대개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온다.

29일 개봉하는 ‘레저베이션 로드’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인생의 시험에서 다급한 마음에 오답을 내버린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혼한 아내로부터 겨우 허락받은 아들 루크와의 외출. 변호사 드와이트(마크 러팔로)는 곤히 잠든 루크를 태우고 서둘러 돌아오던 밤길에 교통사고를 내고 만다. 목격자는 순간적으로 스쳐간 피해자의 아버지뿐. 잠들었던 루크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 아들 앞에서 살인자가 되기 싫었던 드와이트는 가속페달을 밟아버린다.

흥행공식에 충실한 감독이라면 여기서부터 두 ‘아버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박진감 있게 찍었을 것이다. 하지만 테리 조지 감독은 이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을 헤집는 데 집중한다. 그는 1994년 독일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작인 ‘아버지의 이름으로’ 각본을 썼던 인물이다. ‘아버지…’도 영화의 소재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 테러보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주력한 작품이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차분한 시선.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과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한 아버지와 소중한 아들을 잃고 번민하는 다른 아버지가 있다. 두 사람이 애타게 찾아 헤매는 것은 각자의 ‘더 살아가야 할 이유’다.

창졸간에 아들을 떠나보낸 대학교수 에단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돋보인다. ‘글래디에이터’ 등에서 넘치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했던 이 불안정한 눈빛의 배우는 모든 갈등을 안으로 삭여내는 평범한 아버지의 초상에 묵직한 설득력을 더했다.

감독은 배우들의 생생한 심리적 반응을 담기 위해 리허설 없이 현장 촬영을 진행했다. 러팔로와 미라 소비노, 제니퍼 코널리의 안정된 연기가 관객이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에단의 딸로 출연한 엘르 패닝은 언니 다코타 패닝보다 더 깜찍한 매력을 선보였다.

살짝 지루해진다는 느낌이 들 때 툭 던져지는 반전도 흥미롭다. 화려한 액션, 감동적인 음악, 쏟아지는 폭소 없이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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