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본고사와 고교등급제, 대학 맡겨도 혼란 없다면

  • 입력 2008년 12월 2일 02시 51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3불(不)정책’ 가운데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금지 지침을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기는 2013학년도쯤이 될 예정이다. 2010학년도부터 서울에서 고교선택제가 도입되면 같은 평준화지역 고교라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시점부터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대교협이 고교선택제 도입을 내세워 3불 가운데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2불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은 논리상 궁색한 면이 없지 않다. 서울에서 실시되는 고교선택제는 추첨으로 학교를 결정하는 제도로 전면적인 학교선택권 보장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대교협은 일부 반대론자들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원래 주인인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게 맞다.

3불은 대학을 옥죄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3불정책이 강력히 시행됐던 지난 4년 동안 연간 사교육비는 2003년 13조6000억 원에서 2007년 20조 원으로 47%나 급증했다. 지난 정부는 대학별 본고사가 시행되면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점 차로 당락을 가르는 현행 입시제도가 과외를 유발하는 측면이 있다. 대학 자율에 맡겨 선발 방식이 다양해지면 오히려 사교육이 무력해질 수 있다. 고교등급제의 경우 고교마다 등급을 매기는 차별적인 방식은 대학들이 사회 여론상 채택할 수 없을 것이다. 대교협의 설명대로 ‘대학 자율에 맡겨도 사회가 혼란스러워지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MBC 여론조사에서 기부금을 장학금과 학교시설 확충 등 학생을 위해서만 사용할 경우 64.2%가 찬성하고 28.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의 변화가 감지된다. 대학 재정을 확충하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공부의 기회를 열어주는 실용적인 접근을 검토해볼 만하다.

악명 높은 규제를 없애는 대신 대학들은 다양한 입시방식을 채택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대교협은 학생 선발의 자율을 확대하는 시기를 2013년으로 미룰 게 아니라 최대한 앞당기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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