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양 강의들 톡톡 튀어야 산다

입력 2008-11-08 03:01수정 2009-09-2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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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가 개설한 교양과목 ‘내 마음 바로보기’ 시간에 학생들이 선(禪)불교 의식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앙대
한강변 100km 걷기-시신해부 참관-사찰순례-애인장단점 리포트로…

“진심이 아닌데 자꾸 선배한테 말실수를 하게 돼요. 어떻게 해야 선배들이 아끼는 후배가 될 수 있을까요?”

지난달 말 서울 신촌의 한 카페. 열 명의 대학생이 선후배 관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토론에 참가한 학생들은 연세대가 개설한 ‘신촌의 대학생활에서 살아남기’라는 교양과목의 수강생들로 토론에서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학점과 직결된다.

이 강의는 교수나 선배와 인간관계를 넓히는 법, 동아리 활동을 하는 법, 미래 계획을 세우는 법 등으로 구성됐다. 강의는 학교가 아닌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도 자주 열린다. 수강생들은 이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수강 신청 단계에서부터 2 대 1의 경쟁을 뚫었다.

▽실용적 강의 인기=대학의 교양 강좌들이 생존을 위한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연세대 고광윤(영어영문학부) 교수는 “고교생활과 확 달라진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입생들이 많아 ‘진짜로 필요한 것’을 가르치기 위해 ‘신촌의 대학생활에서 살아남기’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연세대에는 물리학과 교수가 마술 이론을 설명하는 ‘해리포터 마술학교’와 기초체력을 보강하고 다이어트를 돕는 ‘한강변 100km 나누어 걷기’ 등 듣기에도 이채로운 과목이 적지 않다.

또 삼육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첫 번째 데이트 코스 짜기’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벌이거나 ‘오래된 연인의 장단점’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등의 ‘연애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과목 특성에 맞게 강의를 듣다가 동급생과 연인이 되면 A+ 학점을 주기도 한다.

학생들의 관심사가 다양한 만큼 교수가 아닌 외부 명사들이 맡는 교양 강좌도 늘고 있다.

충남 천안시 마일사의 마가스님이 맡은 중앙대의 ‘내 마음 바로보기’ 수강생들은 학교에서 6주 동안 참선과 명상 시간을 가진 뒤 2박 3일 일정으로 전국 사찰을 순례한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평소 접할 기회가 없는 스님을 직접 만나고 절에서 생활하는 것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민태(19) 씨는 “달빛에 비친 사찰의 분위기에 흠뻑 젖는 경험은 이 수업이 아니었으면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여대의 ‘부자학 개론’도 증권 투자와 다양한 은행 상품 등의 이해를 도와줘 학생들에게 인기다.

▽다양한 체험의 보고=시신 해부도 ‘교양으로’ 접할 수 있다. 한양대의 ‘교양해부학’ 강좌는 의학 등 관련 학과 전공자가 아니라도 시신 해부를 참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강좌를 맡은 백두진(의학) 교수는 “잘못된 해부학 지식이 전달되는 일이 많아 인체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참관 과정을 포함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부 강사들을 통해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강의도 늘어나고 있다.

상명대는 ‘대사(大使) 강좌’ ‘명인 강좌’ ‘성공학 강좌’ 등 강좌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들로부터 경험을 전수받도록 하고 있다.

경원대가 진행 중인 ‘지성학’ 강좌는 신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대한민국의 명사들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다. 이 강좌에는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이화여대 학술원 명예석좌교수,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라 불리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칼의 노래’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 씨 등이 강사로 나섰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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