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음악은 생활의 힘… 공부 스트레스 확 날려요”

입력 2008-09-02 02:57수정 2009-09-2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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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음악교육을 받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 학교 공부나 입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악기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음악은 ‘바이엘 100번’이나 ‘체르니 30번’ 근처 어디쯤에서 멈춰버린 유년기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어릴 적 음악교육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인이 되어서도 아마추어 연주자로 활동하며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을 정기연주회 준비로 여름 방학도 반납한 채 연습에 한창인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만나 ‘음악 예찬론’을 들어봤다. 》

○ 일찍 시작하면 기본기 탄탄해져

연세대 의대생들인 세브란스 오케스트라 단원 중 상당수는 부모님의 권유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악기를 처음 접한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변일환(22·본과 2학년) 씨는 “연주 실력은 기본기에 따라 좌우되는데 어렸을 때 악기를 배우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질 수 있다”며 “늦게 시작하면 기본기에만 진득이 매달리기가 쉽지 않아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다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는 고아라(23·여·본과 2학년) 씨도 “어려서는 레슨 받기 싫어서 울고불고 떼도 참 많이 썼는데, 당시에 다져놓은 기본기 덕분에 지금 연주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며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외국어나 운동을 배우는 것처럼 어려서 잠시라도 악기를 접하면 몇 년씩 악기와 멀어졌다가 다시 시작해도 몰입이 쉽고 연주 실력도 금방 나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데도 악기 연주는 효과만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관악부에서 호른을 처음 접하게 됐다는 임준열(20·본과 1학년) 씨는 “악기를 연주하는 순간은 온몸의 감각을 100% 집중하게 된다”며 “공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집중력을 기르는 데도 연주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파트를 책임지는 조소원(22·여·본과 2학년) 씨도 “만족할 만한 음이 나올 때까지 끈기를 갖고 몇 시간이고 연습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인내심이나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음악은 나의 힘, 전문연주자 아니면 어때?”

이들에게 연주는 지친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청량제이기도 하다. 고 씨는 “초등학생 때 친구와 다투고 시무룩해져 집에 돌아온 적이 있는데, 악보에 ‘포르테(세게)’ 표시가 가득한 시끄러운 곡을 미친 듯 연주하다 보니 어느새 스르르 분이 풀리더라”고 말했다.

변 씨도 “의대 공부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그럴 때 집에서 악기를 잡고 좋아하는 멜로디를 연주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충전되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남들은 티켓 가격이나 연주자의 지명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클래식 공연을 골라 들을 수 있는 ‘귀’를 얻은 것도 음악교육이 이들에게 가져다 준 선물이다. 호른 연주자인 임 씨는 “심지어 영화를 볼 때도 호른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 화면은 안중에 없고 귀를 ‘쫑긋’ 세우고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한다.

바순 연주자이자 오케스트라의 총무를 맡고 있는 최호철(23·본과 2학년) 씨는 “연주 경험을 통해 예민하게 발달한 음감 때문에 다리를 떠는 소리나 미세한 휴대전화 진동까지 모두 들린다는 점이 흠이라면 유일한 흠”이라며 웃었다.

여러 악기의 소리로 조화를 만드는 오케스트라 단원이라 누릴 수 있는 즐거움도 크다. “총연습 시간에 모든 악기가 완벽한 호흡으로 합주를 할 때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은 전율이 느껴지는데, 다른 곳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라는 게 조 씨의 설명이다.

그는 “아마추어 연주자이기 때문에 보완할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7분 남짓한 연주곡을 일흔 번 넘게 연습해 무대에 올리는 순간 느끼는 설렘과 성취감은 전문 연주자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평소 접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호른이나 바순처럼 연주자가 적은 악기를 다루면, 다른 대학의 오케스트라에 객원 연주자로 초대를 받기도 한다. 지인의 결혼식 자리에 초대받아 축가를 연주하는 것은 음악과 늘 함께하기에 누릴 수 있는 ‘베풂의 즐거움’이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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