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고양이 지키려 도시 내준 이집트…‘고양이…’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고양이 문화사/데틀레프 블룸 지음·두행숙 옮김/464쪽·1만9800원·들녘

“고양이의 앞 발톱은 때로는 융단 같고 때로는 가시 같다.”(스위스 여행가 엘라 마일라르트)

고양이처럼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순종적이지 않은 애완동물도 없다. 고양이는 복잡하고 신비로운 존재다. 옛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고양이만 주제로 역사서를 쓸 정도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독일 출신 출판인인 저자는 역사, 예술, 문화 속의 고양이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4000년 전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쥐를 잡는 가축으로 자리 잡았고 3000년 전 이집트인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바스트 여신으로 신격화됐다.

페르시아는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숭배를 이용했다.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캄비세스 2세는 이집트를 공격할 때 고양이를 잡아들여 이집트인들 앞에 내던졌다. 이집트인들은 신을 죽거나 다치게 하기보다 차라리 도시를 넘겨주는 쪽을 선택했다.

고양이에게 영감을 받은 작가, 정치가의 이야기들이 눈에 띈다. 독일 소설가 에른스트 호프만(1776∼1822)이 ‘수고양이 무르의 인생관’을 쓰게 된 것도 고양이 덕분이다. 호프만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고양이 특유의 게으름을 창의적 작품을 쓰기 직전 자신의 심정과 동일시했다. 영국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1894∼1963)는 작가 지망생에게 “심리소설이나 인간에 대해 쓰겠다면 고양이 몇 마리를 키우라”고 조언했다.

프랑스 정치가 리슐리외 추기경(1585∼1642)은 10∼15마리의 고양이를 키웠는데 전 재산을 고양이와 고양이를 보살필 하인 두 명에게 남겼다.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1870∼1919)는 수감될 때 친구에게 자신의 애완고양이 ‘미미’를 맡기며 “사람에게 보내는 최고의 영예를 보낸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