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명품 신도시다]<3>핀란드 오울루

  • 입력 2007년 12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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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오울루의 전경. 핀란드 북부에 있는 오울루는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면서 첨단 기업도시로 발전해 북부지역 전체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울루 시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오울루의 전경. 핀란드 북부에 있는 오울루는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면서 첨단 기업도시로 발전해 북부지역 전체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오울루 시
증시에 상장된 ‘블루칩 기업도시’

11월 20일 오후 2시 핀란드 오울루 공항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택시를 타고 달리자 눈 덮인 숲 사이로 회색, 흰색 건물들이 나타났다. 건물마다 노키아 캐논 HP 후지쓰 등 낯익은 세계적 기업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오울루에 모인 첨단 기업들의 연구센터와 지사들이다.

이런 건물의 행렬은 공항에서 오울루 시가지까지 30여 분 달리는 내내 이어졌다.

○ 도시 자체가 거대한 기업

오울루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500km가량 떨어져 있다.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3만 명으로 많지 않지만 오울루는 ‘세계 최고의 기업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세계 1위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노키아의 중앙 연구소가 이곳에 있다. 역시 휴대전화 회사인 에릭손도 이곳에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소니 캐논 HP 등도 1990년대 중반 경쟁적으로 오울루에 연구소와 지사를 설치했다.

대기업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협력업체들도 늘어났다. 2007년 현재 1만여 개 기업이 오울루에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도시 인구의 절반을 넘는 7만여 명이다.

재학생이 2만5000여 명인 오울루대는 이 도시의 원동력이다.

졸업 후 곧바로 일할 수 있도록 준비된 인재를 매년 7000여 명 배출하기 때문이다.

오울루 지역경제개발청 에사 리파 부장은 “오울루에서는 매년 1000개 정도의 기업이 새로 생긴다. 대기업 출신 직원들이 회사를 나와 바로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여건에 힘입어 오울루는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 전체 연구개발(R&D) 투자의 30%, 국가 수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오울루는 1999년 ‘오울루 테크노폴리스’라는 이름으로 핀란드 주식시장에도 상장됐다. 도시가 증시에 상장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기업’인 셈이다.

○ 공장분양 임대-자금유치 등 지원

오울루가 세계 최고의 기업도시로 발전한 배경에는 지방정부의 철저한 지원정책이 있다.

오울루 시에는 테크로폴리스, 지역경제개발청 등 기업 지원만 담당하는 기관이 많다. 이 기관들은 지방정부가 직접 하기 어려운 공장 분양과 임대, 자금 유치 등을 맡는다.

오울루 시 경제개발부 미코 카르보 부장은 “노키아도 1973년 직원 30명으로 시작했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고 지원하는 것이 이 기관들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부품을 제조하는 중소기업인 나비크론의 아이모 바이니오 총괄이사는 “창업할 때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 오울루 시와 관련 기관의 지원으로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창업 이후 오울루 시에서 3만 유로의 운영자금을 지원받았다.

○ 핵심도시 집중육성 정책으로 전환

오울루가 성장하면서 핀란드 북부지역은 헬싱키가 있는 남부지역 못지않은 경제권을 형성했다. 오울루 시를 중심으로 주변 14개 지방자치단체가 이른바 ‘오울루권역’이 됐다.

1970년대까지 버려진 땅이었던 핀란드 북부지역이 오울루 때문에 핀란드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오울루의 성공은 핀란드의 국토개발 전략을 바꿨다. 중앙정부가 전국을 고르게 지원하던 방식에서 핵심 도시를 집중 육성하는 쪽으로 변화했다.

오울루 시 도시계획부 마티 카르훌라 부장은 “오울루 도시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환경”이라며 “좋은 비즈니스 환경과 함께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오울루 도시 계획의 기본 방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울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수도권 집중 풀겠다고 기업 규제하는건 난센스”

■ 캉가스하루 핀란드경제硏 수석연구원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려고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지난달 23일 헬싱키에 있는 핀란드경제연구소에서 만난 아키 캉가스하루(사진)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수도권 상황을 이해하지만 “규제는 해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보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며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면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울루에서는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려고 애쓰는 대신 지원을 많이 받기 위해 경쟁한다”며 “이런 여건 때문에 기업들이 오울루를 찾아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캉가스하루 연구원은 또 “많은 도시를 똑같이 지원했다면 지금의 오울루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울루가 성장하면서 주변 지역이 동반 성장했으며 선택과 집중이 결과적으로 균형발전을 가져 왔다”고 밝혔다.

핀란드 정부는 오울루를 모델로 삼아 지난해부터 ‘메트로폴리정책’과 ‘지역센터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메트로폴리정책은 헬싱키와 주변 도시 사이에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역센터정책은 지역개발의 전 과정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내용이다.

그는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데 같은 개발정책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지방정부에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때 합리적 개발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헬싱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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