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40대]유웅석 SK건설 사장

입력 2007-09-13 03:19수정 2009-09-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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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는 정체성을 완성하는 시기입니다.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때이니까요.”

유웅석(58) SK건설 사장은 건설업계에서 ‘토목 공사의 달인’으로 꼽힌다. 11일 서울 중구 순화동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30대에는 현장과 본사를 오가며 갖가지 경험을 쌓았지만, 40대에 들어서면서 인생의 승부처를 토목 엔지니어로 걸었다”며 “당시의 결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30대는 뒤죽박죽 경력, 40대에 전공 정해야’

유 사장은 1976년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현대건설, 현대중공업을 거쳤다. 30대를 줄곧 ‘현대맨’으로 보낸 그는 42세인 1991년 선경건설(현 SK건설)로 회사를 옮겼다.

“이직하면서 제 경력을 곰곰이 들여다봤어요. 현장 관리자와 엔지니어를 오가다 보니 경력이 뒤죽박죽이더군요. 급하니까 이곳저곳에 투입됐지만, 정작 제 경력 관리에는 신경 쓸 틈이 없었던 거예요.”

유 사장은 대학에서 토목 공학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학교 전공에 맞춰 골고루 일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뚜렷한 전문성이 없다 보니 회사생활이 지루하기도 했다. 이런 식이라면 인적 자원 관리측면에서도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엔지니어에 승부수를 걸다’

유 사장은 40대에 토목 엔지니어로서 승부를 걸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회사 근처에 방을 얻고 1년 동안 토목 구조 기술사 시험 준비에 매달렸다. 식구들은 주말에나 볼 수 있었다. 주변에서는 엉뚱하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기술사는 건설사가 설계 용역을 주는 엔지니어링 회사 직원들이 주로 준비했기 때문에 대기업 직원이 일부러 기술사 자격증을 딸 필요는 없었다. 건설사 엔지니어도 플랜트 부문에서 있었을 뿐 토목 부문에서는 거의 없었다.

“건설사는 로마자 약자대로 ‘E(Engineering·설계 기술)’와 ‘C(Construction·건설)’가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토목 분야에서도 플랜트 분야처럼 전문적인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철학 덕분인지 1년 뒤 기술사 자격증을 땄고, 회사를 설득해 토목 부문에서도 설계 전문 부서를 만들어 냈다. 그가 이끄는 팀은 첫 시험무대인 서울시 지하철 공사 입찰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공사는 외부 엔지니어링 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룬 건설사가 따냈다. 주변에서 ‘그러면 그렇지’ 하고 비아냥거렸다. 유 사장의 회사 생활도 1년 동안은 슬럼프에 빠졌다.

○ ‘40대는 정체성을 완성하는 시기’

전략을 약간 수정했다. 능력이 있는 엔지니어링 회사와 손을 잡되 건설사가 주도권을 쥐는 방식이었다. 곧 실적으로 이어졌다. 광주에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장교 공사 입찰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수주액도 불어났다.

이후 유 사장은 토목 분야에서 설계담당 이사, 기술담당 상무, 사업본부장(전무)을 거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지하 비축기지 공사, 7년이 걸려 완공한 전북 군산∼장항 방파제 공사 등을 이끌며 회사의 토목 분야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지난해에는 정부로부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건설인 사이에서 영예로 꼽히는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받았다.

유 사장은 “프로는 프로답게 일로 승부를 내야 한다”며 “한번 결심이 서면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평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유웅석 사장은

△1968년 서울고 졸업

△1972년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1978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수료

△1976년 현대엔지니어링 입사

△1978년 현대건설

△1985년 현대중공업

△1991년 SK건설 입사

△2006년∼ SK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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