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사라진 별별별…빛과 그늘 남기고 역사가 된 사람들

  • 입력 2006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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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학계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던 원로 경제학자 두 명을 잃었다.

11월 16일 향년 94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전 시카고대 교수.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20세기 전반기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가 존 케인스였다면 20세기 후반기엔 프리드먼이었다”고 회고했다.

‘시카고학파’의 좌장이었던 그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개혁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정신적 스승이기도 했다.

4월 29일 97세를 일기로 타계한 미국의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주류 경제학’의 우상을 파괴한 학자였다. 그는 개인보다 공공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역설한 정부 개입주의자였다.

203cm의 장신에 33권의 책을 내놓은 다작의 경제학자였던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정권의 경제 자문역으로 활동했고 인도 주재 미국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주도해 온 네오콘(신보수주의) 세력은 12월 7일 그들의 대모 진 커크패트릭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잃었다.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면 독재정권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커크패트릭 독트린’으로 유명한 그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 최초의 여성 주유엔 대사로 임명돼 공산권 봉쇄정책과 군사적 우위 확보를 주창했다.

미국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 여사는 남편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운동가이기도 했다. 1월 31일 향년 79세로 타계한 킹 여사는 남편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미국 여성운동가 베티 프리던 여사도 자신의 85세 생일인 2월 4일 숨졌다. 1963년 여성학의 고전이 된 책 ‘여성의 신비’를 써 현대 여성운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그는 ‘여성운동의 대모’였다.

호주의 야생동물 보호운동가 스티브 어윈 씨. ‘악어 사냥꾼’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9월 4일 해양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꼬리에 맹독이 들어 있는 노랑가오리를 수중 촬영하다 가오리의 꼬리 가시에 찔려 숨졌다.

8월 30일 95세를 일기로 별세한 이집트 문호이자 아랍권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나기브 마푸즈. 그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아랍권에서 정론을 추구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 이름을 날렸다.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날리던 영화계의 원로들도 유명을 달리했다. 할리우드의 반골 감독 로버트 올트먼, 강인하고 사려 깊은 역으로 유명했던 배우 글렌 포드, 험상궂은 얼굴로 악역의 대명사였던 배우 잭 팰런스, ‘만인의 어머니’로 불렸던 배우 제인 와이어트….

무용계에선 전 세계 무대에 흑인 문화유산을 소개한 미국의 흑인 무용가 겸 안무가 캐서린 던햄이 9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또 미국의 사진기자 조 로젠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성조기 게양 장면을 담은 유명한 사진을 남긴 채, 전설의 미국 프로골퍼 바이런 넬슨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수많은 기록을 남긴 채 세상을 떴다.

중국에선 ‘국민의사’로 존경받던 화이웨이(華益慰) 외과 전문의가 8월 12일 73세로 숨져 13억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살아서는 뛰어난 의술로 환자의 귀천을 따지지 않았고 죽어서는 연구용으로 자기 몸을 기증했다.

역사에 오명을 남긴 독재자와 테러리스트도 있었다.

1973년부터 1990년까지 ‘공포정치’로 철권통치를 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칠레 대통령이 12월 10일 사망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도 군총사령관 직을 유지했던 그였지만 1998년 영국 런던에서 전격 체포되면서 몰락이 시작됐다. 그의 사망 소식에 애도의 목소리보다는 독재자의 단죄가 무산됐음을 애석해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발칸의 도살자’로 불리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대량학살 혐의로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돼 재판을 받아 오던 그는 3월 11일 헤이그 감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이라크 책임자였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는 6월 7일 은신처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숨졌다. 미군에게 집단 구타를 당한 끝에 죽었다는 증언도 있었지만 부검 결과 폭격에 의한 충격파가 사인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 월가를 뒤흔든 초대형 회계 부정 스캔들 엔론 사태의 장본인 케네스 레이 전 엔론 회장. 그는 7월 5일 선고재판을 3개월 앞두고 사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정직했던 한 소년이 품었던 아메리칸 드림의 비극적 결말’이라고 평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올 한해 세계를 달군 말 말 말… ▼

충언, 고언, 실언, 그리고 따끔한 풍자….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들의 한마디는 시대를 짚어 내게 해주는 ‘풍향계’다. 2006년 세계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모아 본다.

▽정부는 국민에게 밤낮으로 거짓말만 했다(주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 5월 집권 사회당 비공식 당내 대회에서)=헝가리 정부의 경제 실정과 국민에 대한 기만을 노골적으로 질타한 총리의 깜짝 발언이 유출되면서 5월 이후 헝가리 정국은 폭력 시위로 얼룩졌다.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헝가리는 이후 시위 정국과 그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갔다거나, 가지 않는다거나, 간다거나를 말하지 않기로 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 8월)=아베 총리는 취임 전 관방장관 시절인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관한 질문이 계속되자 이 같은 모호한 수사학으로 얼버무렸다. 최근 그의 지지율 하락도 이처럼 중요 현안에 대해 명백한 대답을 미루는 태도에 일본 국민이 실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에 올 땐 총리였는데 돌아갈 땐 실업자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뉴욕에 올 때는 총리였지만, 돌아갈 때는 실업자다(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9월 19일 뉴욕 방문 중 쿠데타로 실각한 뒤)=그의 시각에서는 분명 ‘안방을 비운 틈’을 탄 비열한 책략이었다. 그러나 9월 뉴욕 방문 중 쿠데타로 권력을 상실한 탁신 전 총리는 낙관적 자세를 잃지 않은 말로 스스로의 처지를 위로했다. 그는 최근 홍콩을 깜짝 방문하는 등 행보의 폭을 넓히고 있다.

▽공부 안 하면 이라크에 파병돼 고생하게 된다(존 케리 미국 상원의원, 11월 7일 중간선거 지원유세 중)=어느 나라에나 ‘도움 안 되는’ 지원유세가 있기 마련인 것일까.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 실패를 비꼰 이 말은 ‘장병들에 대한 인신모독’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차기 대선에서 대권 재도전을 노려 온 케리 의원도 자신의 입 때문에 일단은 발목이 잡혔다.

유엔 신뢰회복작전‘미션 임파서블’ 안 됐으면…
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

▽내 임무는 유엔에 대한, 혹은 회원국과 사무국 간 신뢰 회복 작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임무가 ‘미션 임파서블’이 아니기를 희망한다(반기문 차기 유엔 사무총장, 12월 14일 취임 선서식 직후)=내년 1월 1일 공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하는 반기문 차기 사무총장에게는 비효율적인 사무국의 개혁이라는 긴급하고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 ‘기구만 방대하고 하는 일이 없다’는 회원국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특파원·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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