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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나이지리아 지점장 유정근 씨의 1인 시장 개척기

입력 2006-11-28 03:02업데이트 2009-10-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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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휴대전화 좋죠?”
유정근 삼성전자 나이지리아 지점장이 25일(현지 시간)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정보기술(IT) 제품 전문상가인 ‘컴퓨터 빌리지’에서 현지 상인들과 함께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 휴대전화 TV 에어컨 냉장고 등 판매

유정근(39) 삼성전자 나이지리아 지점장(과장급)이 지난해 4월 나이지리아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검은 대륙’은 암담했다.

굳은 인상의 치안경찰이 즐비한 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걸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돈을 달라고 구걸했다.

‘과연 이곳이 내가 찾던 기회의 땅일까.’

현대중공업에서 굴착기 해외영업을 하다 2001년 삼성전자에 들어온 그는 나이지리아 근무를 자원했다. 삼성전자가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6번째로 지난해 세운 나이지리아 지점의 첫 ‘1인 주재원’이 된 것이다.

지난해 5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유 과장을 국제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지점의 올해 매출은 1억 달러로 예상된다.

휴대전화 TV 에어컨 냉장고 등을 판매하는 그에게 아프리카 시장 개척의 노하우를 묻자 “아프리카 사람들은 한국인처럼 정이 많아 끈끈한 스킨십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휴대전화 가입 1300만명… “부시먼은 잊어주세요”

나이지리아의 상업도시 라고스에는 ‘컴퓨터 빌리지’라는 정보기술(IT) 제품 전문상가가 있다. 1000여 개의 작은 상점이 들어선 모습이 한국의 용산전자상가와 닮았다.

유 과장은 이곳에서 ‘미스터 유’로 불린다. 좋은 딜러를 확보하기 위해 틈만 나면 드나들었더니 흑인 상인들이 이제는 그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e메일로 받아본 그의 사진 속 얼굴은 꽤 가무잡잡했다. 타고났는지 아니면 아프리카로 간 이후 그을렸는지를 묻자 “원래는 (얼굴이) 이렇게 까맣지 않았다”고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2000년 50만 명에 불과했던 나이지리아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지난해 13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전체 인구 1억3000만 명의 10%까지 늘어난 것.

빈부 격차가 커 50달러 미만의 재생 조립 휴대전화와 ‘오일 머니’로 돈을 번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400달러 이상의 휴대전화가 동시에 팔리고 있다.

유 과장은 “하늘에서 떨어진 코카콜라에 놀라 우왕좌왕하던 영화 속 ‘부시먼’은 잊어 달라”며 “6개월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바꾸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 “집집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들여놓겠습니다”

그는 아프리카의 유명 인사와 부유층 등 ‘잠재적 고객’의 경조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컬러TV를 선물한다. 호텔에서 열리는 이들의 자녀 생일파티에도 찾아가 어울린다.

하이얼 등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이는 중국 회사들에 맞서기 위해 행운추첨 등 각종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를 돕는 현지인 5명의 급여를 일반 직장의 두 배 수준으로 높여 채용공고를 냈더니 5000명이나 지원했다.

유 과장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지나치게 긍정적이고 느린 편이지만 연장자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예의와 따뜻한 심성을 갖춰 감성적인 한국식 마케팅이 잘 맞는다”고 했다.

전력 공급이 끊겨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놓고 일하거나 “내 영혼을 왜 찍느냐”며 항의하는 길거리의 흑인 여성에게 카메라를 빼앗기는 등 힘든 일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돈뭉치를 싸 들고 전자제품을 사러 오는 행복한 얼굴들을 보면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곳에서 신용카드는 아직 일부 호텔에서만 쓸 수 있다.

“지금 아프리카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전하면 이룰 수 있죠. 가정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들여놓겠습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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