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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NHK… 日정부 “NHK 시청료 대폭 내려라”

입력 2006-05-11 03:03업데이트 2009-09-30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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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9일 시청료 거부사태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공영방송 NHK에 ‘시청료 대폭 인하’를 요구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NHK 개혁의 윤곽을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NHK 개혁 논의를 진행 중인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총무상 자문기구인 ‘통신 방송의 위상에 관한 간담회’는 이날 중간보고를 통해 NHK가 직원들의 잇단 자금 관련 비리로 추락한 신인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폭적인 시청료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간담회는 또 TV와 라디오를 합쳐 8개인 채널을 줄이고 비대화한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반면 NHK가 자체 검토해 온 시청료 미납자에 대한 벌칙제 도입과 시청료 납부 의무화 등은 중장기적 과제로 돌려 유보하도록 했다.

이 밖에 NHK에 ‘기업관리 강화와 비효율성 배제’를 주문하면서 경영위원회의 비상근 경영위원 가운데 위원장을 포함한 일부를 상근으로 전환해 경영감시 기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을 제안했다.

간담회는 앞으로 논의를 거쳐 5월 말경 최종보고서를 다케나카 총무상에게 제출할 예정이며 일본 정부는 이를 6월 책정할 ‘경제재정 운영의 기본 방침’에 반영하게 된다.

■ NHK 사태 원인은

지난달 15일 밤 NHK 종합 채널. 뉴스와 화제를 다루는 생방송 중 여성 진행자가 갑자기 “시청자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며 카메라 앞에 고개를 푹 숙였다.

이어 카메라는 스튜디오 가장자리에서 일하던 스태프 6, 7명을 천천히 돌아가며 비췄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하는 모습이었다. 소속 PD가 영수증을 위조해 상습적으로 출장비를 챙긴 ‘가짜 출장’사건이 밝혀지자 이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한 것이다.

NHK는 2004년 제작진의 비리사건이 잇달아 불거져 심각한 시청료 납부 거부사태를 맞은 이래 회생의 몸부림을 치던 중이었다. 여성 진행자는 “개혁을 위해 노력하는 중에 이런 불상사가 다시 터지다니…. 저희도 분하다”며 사죄했다. 이어지는 방송에서는 가짜 출장의 수법이 여느 범죄사건을 다룰 때처럼 상세히 소개됐다.

▽NHK, “바뀌어야 산다”=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개혁의 도마에 올라 있다. 한때는 영국 BBC에 필적하는 모범적인 방송으로 꼽히던 NHK지만 채널 8개에 직원 1만1600여 명, 예산 6200억여 엔을 운용하는 거대 공룡조직이 되면서 방만한 경영,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이 속속 문제가 돼 종합 수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제작진의 비리사건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시청료 납부 거부 움직임은 수입의 90% 이상을 시청료에 의존해 온 NHK의 근간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개혁의 대상 또는 목표는 △시청료제도 △정치 중립성 △자회사 비대화 △채널 축소 △경영합리화 △국제방송 강화안 등.

개혁 논의에 나선 주체는 여럿이다. 우선 NHK 자체. NHK는 지난해 5월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회장 자문기관으로 ‘디지털시대의 NHK간담회’를 설치하고 자체 개혁에 나섰다. 올해 초에는 직원 1200명 감축과 관리직 급여 5∼15% 삭감을 포함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3월에는 프로그램 제작의 지침이 되는 ‘신방송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치 외압 배제’를 보도의 주요 지침으로 천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임원을 이사로 영입해 민간기업의 ‘노하우’를 개혁에 활용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NHK는 시청료 인하나 채널 축소 등 근본적인 개혁안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정부 등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간담회’에서 6월 발표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도쿄(東京)대 법학부 교수는 “NHK의 문제점은 철저히 개혁해야 하지만 공영방송제도의 본질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적거리다 타율의 칼날 들어와=이 같은 NHK의 개혁안에 대해 여론은 싸늘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개입해 들어왔다.

NHK 개혁의 정부 측 사령탑은 ‘고이즈미 개혁의 브레인’이라 불리는 다케나카 헤이조 총무상. 그는 올해 초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 ‘통신방송의 위상에 관한 간담회’를 출범시키고 NHK 개혁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다케나카 총무상은 자주 ‘민영화론’을 거론해 NHK 측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9일 ‘간담회’가 중간보고를 내놓으면서 정부와 여당, NHK 차원에서 진행되던 개혁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간담회의 최종보고는 정부가 6월 책정할 ‘경제재정 운영의 기본방침’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스가야 미노루(菅谷實) 게이오(慶應)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소 교수는 “정부 개혁안은 시대에 뒤쳐지게 된 NHK의 구조를 시청자를 우선하는 조직으로 바꾸자는 게 근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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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료 납부거부 2년도 못돼 전체의 30% 1361만가구 안내
NHK, 시청자 분노 외면 禍자초

NHK의 시청료 미지불 건수는 전체 가구의 30%인 1361만 건(1월 말 현재)에 이른다.

수준 높은 프로그램 제작 능력을 자랑했던 NHK가 어쩌다 이처럼 딱한 지경에 봉착했을까.

발단은 2004년 7월 한 프로듀서가 제작비를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시청료 거부를 촉발한 근본 원인은 시청자의 다양한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기보다는 조직의 이해를 지키는 데만 급급한 NHK 경영진의 오만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작비 착복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방만하게 운영돼 온 NHK의 실태가 속속 드러난 데다 유사한 비리들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그해 9월 말 시청료 납부 거부 건수는 3만1000여 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분노에 대한 NHK 측의 대응은 느렸고 오만했다.

11월 말 시청료 거부 건수가 11만3000건으로 늘자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 당시 회장은 마지못해 사과방송을 했지만 정작 자신은 물러나지 않았다. ‘시청자를 얕보는 처사’ ‘반성하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등의 항의 팩스가 NHK에 쇄도했다.

2005년 초, 4년 전 일본군위안부를 다룬 프로그램 내용이 집권 자민당 실력자들의 외압에 의해 바뀌었다는 한 담당자의 폭로로 ‘공정’ 이미지까지 땅에 떨어졌다. 그동안 사태 전개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던 다수의 시청자가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시청료 거부는 39만7000건으로 급증했다. 2005년 7월에는 117만 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불과 몇 개월 만에 130만 건을 돌파했다.

회장이 바뀐 뒤에도 NHK 측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는 개혁안을 내놓기보다는 미납자에게서 시청료를 받아내기 위한 묘안을 짜내는 데만 골몰했다. 시청료를 내지 않은 시청자의 공개방송 방청을 막는다거나(지난해 8월), ‘고의 미계약자에게 민사소송을 하겠다’(올해 2월)고 엄포를 놓는 식이다.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회장이 3일 미납자 가정의 TV 화면에 시청료 납부를 촉구하는 글을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사례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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