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위기 가구 월70만원 긴급지원

  • 입력 2006년 3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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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이모(40) 씨의 남편은 최근 이른 아침에 운동을 하다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숨졌다. 남편을 잃은 충격도 충격이지만 이 씨는 당장 살길이 막막했다. 가진 것은 8000만 원짜리 전셋집이 전부였다. 저축한 돈도 없었다. 그렇다고 어디 가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인 두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그동안 이 씨와 같은 경우 정부의 지원은 전혀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56만 원의 생계비를 즉시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긴급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최대 4개월간 생계비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생계유지가 갑자기 어려워졌을 때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긴급복지지원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긴급지원제도는 24일부터 시행된다.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안으로는 △가장의 사망 또는 실종 △가장의 구금에 따른 주요 소득자의 소멸 △화재 △가정 내 폭력 △가구구성원의 학대나 방임 등이 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 또는 이웃이 보건복지 콜센터(국번 없이 129번)에 신고하면 공무원이 직접 집을 방문해 사실을 확인하고 3, 4일 내에 지원금을 지급한다. 지금까지는 위기에 처한 가구가 생겼을 때 2∼3개월 후에야 정부의 지원이 이뤄졌다.

긴급지원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4인 가구 기준 월 152만 원), 재산이 9500만 원(중소도시 7750만 원), 금융재산이 120만 원 이하일 때 받을 수 있다.

생계비는 최저생계비의 60%까지 지급된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70만2000원이 지급되며 3인 가구에는 56만 원이 지급된다.

의료비는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 상한액인 300만 원까지 지원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항목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만약 임시거처 또는 주거비가 필요할 경우 4인 가구 기준으로 대도시 44만7000원, 중소도시 29만4000원, 농어촌 16만9000원까지 지원된다.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해야 한다면 1인당 최대 35만7000원이 지원된다. 겨울에는 이와 별도로 연료비 6만 원을 추가 지원받을 수 있다. 또 해산비와 장제비도 50만 원까지 지원된다.

긴급지원은 1개월 또는 1회가 원칙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생계비 지원은 최장 4개월, 의료비 지원은 2회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긴급지원제도 시행을 위해 일단 610여억 원의 재원을 확보한 상태다. 또 전국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은 “긴급지원제도의 성패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웃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바로 129 보건복지 콜센터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장관은 “그러나 제도를 악용해 거짓 신고할 경우 즉각 지원금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급지원제도는 2004년 12월 대구에서 네 살배기 아이의 아사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사회 안전망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이 법안을 마련했고 그동안 각 부처가 협의를 진행해 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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