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로봇에도 마음이 있을까?…‘마음의 진화’

입력 2006-03-11 03:09수정 2009-10-0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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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의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아이로봇’에는 인간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는 ‘고등 로봇’이 등장한다. 로봇도 진화하면 사람처럼 고통과 불안을 느끼게 될까. 원리적으로는 의식을 가진 로봇의 탄생도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마음의 진화/대니얼 데닛 지음·이희재 옮김/295쪽·1만3000원·사이언스북스

사람은 자기 마음과 아주 가깝다. “나는 내 마음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가깝다.

마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나에게 마음이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증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찍이 데카르트가 갈파했듯이 내가 과연 남들처럼 마음을 갖고 있는지 문득 의심하는 순간, 그런 의심에 젖는 것이야말로 나에게 마음이 있음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 말이다.

누구나 하나의 마음, 자기 마음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하나의 마음을 함께 아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알려진 건 세상에 마음 말고는 없다.

저자는 인공지능로봇 코그(Cog)의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던 미국 터프츠대의 과학 및 철학교수. 그는 다윈의 진화론에 기대 살아 있다고조차 말할 수 없는 거대분자(바이러스)에서 현생 인류에 이르기까지 생명체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탐구한다.

“마음이 늘 있었던 건 아니다. 인류는 단순한 마음을 지닌 존재에서 진화했고, 그 단순한 마음을 지닌 존재는 더 단순한 마음을 지닌 존재에서 진화했다. 지금부터 50억∼40억 년 전 이 지구상에는 아예 마음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 조상은 마음을 얻기 전에 몸을 먼저 얻었던 것이다!

저자는 뇌 안에 있는 특수한 물질이 마음의 본질이라는 오래된 주장(‘이중변환의 신화’)을 배격한다. 몸과 마음은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처럼 깔끔하게 나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마음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에는 의식의 계(系)만 있는 게 아니라 더 원시적인 계들이 중첩적으로 포개져 있다. 진화의 장구한 역사에서 인간의 의식이 주도권을 잡은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우리의 마음은 다채로운 가닥으로 짜이고 다양한 무늬로 수놓인 복잡한 천이다. 이러한 가닥 중에는 생명만큼이나 오래된 것이 있는가 하면 오늘날의 과학 기술처럼 새로운 것도 있다.”

저자는 마음의 본질에 대해 이런저런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철학자답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거미도 생각을 할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근사한 거미집을 짓는 작은 로봇에 불과한 걸까.

꽃이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만약 부주의로 길가의 꽃을 밟았을 때 우리는 꽃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뿐 아니라 꽃 자체에도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더 미묘한 물음도 있다. 어떤 사람이 사고로 팔이 잘렸다. 수술대 위에 놓인, 아직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 팔은 고통을 느낄까. 그렇다면 당연히 마취제를 주입해야 할 것이다.

팔은 마음이 없으므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어찌 확신하는가. 팔은 늘 마음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을 말로 전달할 능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가 팔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하지 않았던가. “사자가 말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체 팔에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원제 ‘Kinds of Mind’(1996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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